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 리뷰
2025년 여름, 김병우 감독의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싱숑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제작 단계부터 뜨거운 관심과 함께 원작 팬들의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누적 조회수 2억 뷰를 기록한 인기 웹소설의 영화화는 과연 성공했을까?

영화의 출발점은 분명 흥미롭다. 10년 동안 연재된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의 유일한 독자 김독자(안효섭)가 어느 날 소설 속 세계와 똑같은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는 설정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김독자는 소설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특별한 능력을 활용해 세상을 구원하려 하지만, 동시에 ‘혼자 살아남을 것인가, 함께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딜레마에 빠진다. 이러한 갈등은 영화에 깊이를 더하며, 관객들에게 보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 전개에 대해 먼저 말하자면, 이 부분으로 인해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매우 클것이라 전망한다. 원작인 웹소설의 형태를 그대로 따른 것인데, 웹소설의 특성상 구체적인 전개 보다는 핵심 이야기와 묘사에 치중한 것이다. 영화화가 되었다면, 그에 적합한 전개와 묘사를 다루는 것이 우선일테지만 원작의 방대한 세계관에 그러한 묘사까지 넣었다면 분량은 더 길어졌을 것이다.

결국 영화가 선택한 방식은 웹소설 처럼 핵심 이야기, 볼거리, 원작의 특성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웹소설과 웹툰의 형태를 이해하는 관객이라면 이 부분을 문제없이 받아들일 테지만, 기존의 영화적 이야기 방식과 표현을 좋아한 관객 입장에서는 이게 너무 생소해서 어렵게 느껴질 것이다.
그러다보니 영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원작의 방대한 서사를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담아내려다 보니, 깊이 있는 묘사와 설득력 있는 전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다. 원작의 핵심 설정인 ‘성좌’와 ‘배후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탓에 원작을 접하지 않은 관객들은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 언론시사회 당시 이 세계관을 모르는 기자들도 혼동해서 여러번 물어봤을 정도로 이 부분을 이해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원작팬에게는 원작 웹소설, 웹툰에 등장한 캐릭터들의 묘사와 등장이 반갑게 느껴질 것이며, 방대한 스케일과 세계관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로 생각할 것이다. 특히 MMORPG 게임에서나 볼법한 아이템 활용과 또하나의 인기 IP ‘나 혼자만 레벨 업’의 기본 설정인 주인공만이 사용할수 있는 특별한 개인 시스템의 형식이 이 작품에도 등장해 지금의 젊은 관객들에게는 게임을 하는 것같은 익숙하고 재미있는 설정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점에서 영화는 젊은 MZ 세대의 취향을 잘 활용했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돋보인다. 특히 안효섭은 평범한 회사원에서 세상을 구원하는 영웅으로 변모하는 김독자 역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극을 이끈다. 이민호는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소설 속 주인공 유중혁 역을 맡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채수빈, 신승호, 나나, 권은성 등 조연 배우들 또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넣어주는 편이다. 그리고 역시 블랙핑크 출신의 지수는 존재감은 강렬했지만 여전히 연기력면에서는 아쉬움을 전해준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제작한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제작을 맡은 만큼, 영화의 시각적인 완성도는 높은 수준이다. 지하철, 동호대교, 3호선 라인 등 익숙한 공간들이 파괴되고, 어룡, 화룡 등 판타지 크리처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VFX(시각특수효과)는 관객들을 게임 속 세계로 끌어들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액션에 대해서도 다소 호불호가 느껴질 것이다. 김독자와 유중혁의 ‘칼잡이 액션’은 나쁘지 않은 편이고, 시각효과와 볼거리도 괜찮았다. 다만 액션의 동작까지 세세하게 보는 관객이라면 인물들의 둔탁한 움직임과 액션의 합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채수빈이 연기한 유상아의 실뜨기 액션과 묘사가 스파이더맨을 따라한것처럼 보여져 다소 어색하고 유치하게 느껴질수 있다. 물론 원작의 특성에 따른 것이기에 못했다고 하기에는 애매하다.

또한 예고편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이지혜(지수)가 총기를 사용하는 모습, 이지혜의 배후성인 이순신 장군과 관련된 설정이 삭제된 부분 역시 그대로 등장해 이 부분이 원작 팬들에게는 여전히 문제로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지수의 캐릭터 묘사와 연기는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한참 모자르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결국 ‘함께’라는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힘없고 비겁했던 김독자가 동료들과 함께 역경을 헤쳐나가면서 성장하고, 세상을 구원하는 과정은 감동과 희망을 선사하려 한다. 그만큼 메시지와 울림 만큼은 인상적일수 있었던 작품이지만 아쉽게도 전자에서 언급한 방대한 세계관 설명에 치중한 나머지 인물의 관계, 개인사를 전부 담지 못해 공감할수 없는 드라마를 선보-였다. 심지어 편집도 너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대목도 많아서 연결점이 매끄럽지 못한 장면들도 상당하다.
메시지는 피상적으로 다뤄지고, 깊이있는 울림은 전혀 없었다. 김독자와 동료들의 관계가 핵심이 되어야 하는 방식을 고려해 본다면 마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나 DC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같은 팀업의 느낌이 담겨졌어야 하지만 그게 전혀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만약 영화팬, 원작팬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식을 고려했다면 아마도 영화가 아닌 OTT 시리즈로 가야 했겠지만, 영화라는 매체를 선택한 이상 제작진이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 선택에서 드라마가 배제되었다는 점이 아쉽게 다가올 따름이다.

그럼에도 이 방대한 세계관을 실사화 했다는 점과 한국 영화가 다룰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등장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극 중 등장한 3D 캐릭터인 도깨비 ‘비형’과 김독자가 함께 팀처럼 움직이는 대목은 실제 배우와 CG 캐릭터의 의미있는 콜라보레이션이라 생각해 향후 한국 SFX 영화에 큰 참고 사항이 될 것이라 여겨진다. CG와 AI를 쓰는 시대가 온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연구하고 깊이있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본다.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흥미로운 설정과 매력적인 캐릭터, 화려한 볼거리를 갖췄지만, 깊이 있는 서사, 설득력 있는 전개, 만족스러운 액션, 원작 고증 등 여러 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손익분기점인 600만을 넘기에는 원작을 모르는 일반 관객을 불러와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결과물이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영화의 투자, 제작에 해외 제작진이 어느 정도 참여했고, 원작의 인기를 증명하듯 해외 개봉과 수출도 추진중이기에 어느 정도 무난한 흥행은 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7월 23일 개봉하며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P.S: 첫번째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딱 한개의 쿠키 영상이 등장하는데, 후속을 예고하는 장면이다. 애초부터 이 작품은 2부작을 목표로 했다고 한다. 이번 영화의 흥행 여부에 따라 후속편의 제작도 결정될 것이라고 한다.
별점: ★★☆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