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경전철 대규모 적자…결국 전임 시장이 손해배상 책임진다
지난 16일, 대법원은 용인 경전철 사업의 대규모 적자 사태와 관련해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에 214억 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주민소송제도 도입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대형 민간투자사업 관련 소송에서 시장 등 책임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사례로, 향후 유사한 지자체 민자사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법, “지자체 예산 손실, 주민소송으로 책임 추궁 가능”
대법원 2부는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용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민소송 재상고심에서, 이정문 전 용인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대부분 확정했다. 다만, 연구원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부분은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결정했다.
재판부는 한국교통연구원의 수요 예측 용역 수행과 관련해 연구원 개인의 행위가 용인시에 대한 독자적인 불법행위에 해당하려면 사회상규에 어긋나는 위법한 행위임이 인정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용인시, 부실한 교통연구원 예측으로 사업 추진

용인시는 2004년, 캐나다 봄바디어 컨소시엄과 경전철 사업 협약을 체결하면서 30년간 운임 수입이 수요 예측치의 90%에 미달할 경우, 차액을 용인시가 재정으로 메워주는 ‘최소 수입 보장(MRG)’ 규정을 포함했다. 당시 한국교통연구원에 수요분석을 의뢰한 결과, 1일 이용객이 13만 9천 명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받아 1조 원을 들여 경전철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2013년 경전철 개통 첫 해, 하루 평균 탑승 인원은 9천 명으로 예측치에 크게 못 미치면서 막대한 적자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MRG 등을 놓고 봄바디어와의 법적 분쟁이 발생, 개통이 3년 가까이 지연되었고,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하여 7,786억 원(이자 포함 8,500억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2043년까지 1조 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예상되자, 용인시 주민들은 경전철 사업에 관여한 전직 용인시장들과 과도한 수요 예측을 한 교통연구원 등에 세금 낭비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주민소송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지자체에 재정 손해가 발생했을 때 주민이 단체장을 상대로 “책임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이다.
1심과 2심에서는 주민소송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 부적법하다고 보거나, 배상책임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사실상 주민 패소를 판결했다. 그러나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를 뒤집고 “과도한 수요예측에 근거해 사업이 시행됐다면 주민들이 손해배상 청구를 요청할 수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전 시장은 최소 수입 보장 협약에서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고, 교통연구원과 소속 연구원들은 비합리적 방법으로 수요를 예측하는 과실을 저질렀다”고 판결했다.
주민들 “주민 손으로 혈세 낭비 견제”, 용인시 “손해배상 진행”
12년간의 법정 다툼 끝에 승소한 용인시 주민소송단은 “이번 소송은 국내 최초로 대형 민간투자사업에서 주민 측이 승소 취지의 판결을 최종적으로 끌어낸 최초의 사례이자 용인시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눈먼 돈’이라는 오명을 썼던 혈세 낭비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주민의 손으로도 가능함을 보여준 역사적 판결”이라고 밝혔다.
용인시 역시 대법원 판결 직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앞으로 이 전 시장 등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등 법이 정한 절차를 차질 없이 성실히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주민소송을 통해 배상 책임 규모만 확인한 것으로, 실제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용인시가 이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을 상대로 다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 주민소송 제도가 소송 남발을 막기 위해 여러 장치를 둔 일본의 법제를 참고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지자체장의 예산 월권 행위에 대해서만 주민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주민소송에 앞서 상위기관이나 감사원에 주민 감사를 청구하여 받아들여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직접 손해배상 청구를 하거나, 전임 시장의 숨은 재산을 찾는 등의 방법을 통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주민소송 제도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타 경전철 사업에 미칠 영향

용인경전철 사례와 유사하게 수요 예측 실패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정부 경전철, 부산김해경전철 사업에도 이번 판결이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의정부경전철의 경우, KDI가 하루 7만 9천 명으로 예측했지만, 실제 이용자 수는 4만 명대로 예측치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운영수입 보장 조건이 달라 민자사업자가 파산했고, 현재는 의정부시가 새 민자사업자에 연간 100억 원 정도를 최소비용보전(MCC) 해주고 있다. 부산김해경전철은 하루 이용자 수 예측치가 31만 2,300명이었으나, 실제 이용자 수는 4만 6,000명에 그쳐 예측치의 14.7%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경전철 사업이 지자체장들이 선거를 겨냥해 추진하기 쉬운 사업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경전철은 중전철에 비해 건설비가 적게 들지만, 매년 수백억 원씩 적자가 날 경우 30년 운영수입을 보장해주다 보면 막대한 지자체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요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비타당성조사와 사후평가 사이에 중간타당성조사를 신설하여 변화사항을 반영하고, 수요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와 근거자료의 객관성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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