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시작과 비극적인 결말
남푸엉 황후는 베트남 남부에서 손꼽히는 대부호 가문 출신이었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특권층으로 자라났다. 12살 때 프랑스 파리 근교의 가톨릭 학교로 유학을 떠나 프랑스어를 모국어처럼 구사할 정도였으며, 서양식 세련된 옷차림과 우아한 말투로 상류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이름 ‘남프엉’은 ‘남쪽에서 불어오는 향기’라는 뜻으로, 꽃다울 ‘방(芳)’ 자를 써 ‘남방황후’라는 의미까지 담고 있었다.
1934년, 불과 19세의 나이에 당시 베트남의 마지막 황제 바오다이와 결혼하며 화려한 인생의 막을 올렸다. 가톨릭 신앙을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황후가 된 그녀는 불교를 존중하며 사찰 행사에도 참여해 대중의 지지를 얻었다. 자애롭고 자선 활동에 앞장서는 모습 덕분에 국민적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황실의 냉대와 남편의 배신
그러나 화려한 결혼 생활의 이면은 달랐다. 시어머니는 그녀가 ‘프랑스 여자’라는 이유로 철저히 배척했고, 바오다이는 공개적으로 첩을 8명이나 두는 바람둥이였다. 황후로서의 위엄은 있었지만, 남편의 외도와 황실 내 냉대 속에서 남푸엉은 점차 고립되어 갔다.
제2차 세계대전과 정세 격변으로 부부는 결국 프랑스로 망명하게 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남푸엉은 황후가 아닌 한 명의 이방인으로 작은 시골 마을에 정착해야 했다. 그러나 바오다이는 프랑스 현지 여성과 사실혼 관계를 맺으며 그녀를 또다시 버렸다.
홀로 남은 삶과 쓸쓸한 결말
남푸엉은 연고 하나 없는 땅에서 홀로 다섯 아이를 키우며 검소하게 살아야 했다. 신앙에 기대어 버텼지만 삶은 고단했다. 끝내 그녀는 1963년 프랑스에서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48세. 장례식에는 바오다이가 참석하지 않았다.
한때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황후의 인생은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끝은 누구보다도 쓸쓸했다. 영화 같은 영광과 대비되는 비극적 결말은 오늘날까지도 베트남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으로 회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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