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아시안게임의 뼈아픈 기억

지난 2023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대표팀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3000m 계주 결승에 나섰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던 이들은 레이스 내내 선두권을 지키며 금메달을 향해 질주했다. 관중석의 응원도 거세게 이어졌다.
그러나 결승선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환호가 터지려던 찰나, 결과는 단숨에 뒤집혔다.
손을 번쩍 든 순간

대표팀의 마지막 주자 정철원은 결승선을 불과 몇 미터 앞두고 승리를 확신했다. 그는 두 팔을 치켜들며 만세 세리머니를 펼쳤다. 바로 그때, 대만의 마지막 주자가 왼발을 끝까지 뻗었다. 단 0.01초 차이. 전광판에는 대만 4분05초692, 한국 4분05초702라는 숫자가 찍혔다. 차이는 불과 2~3cm였다.
금메달을 기대하며 태극기를 흔들던 정철원은 전광판을 바라본 뒤 굳어버렸다. 환희가 순식간에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뒤늦은 항의, 바뀌지 않은 결과

한국 대표팀은 즉시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결승선 사진에는 대만 선수의 발끝이 먼저 도착한 장면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규정상 뒤집을 수 없는 결과였다. 믿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정철원은 결국 눈물을 흘렸다. 단순한 메달 색깔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에게는 너무나도 큰 의미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금메달이었다면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그는, 동료 최인호와 함께 그 기회를 잃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롤러스케이트가 다음 아시안게임부터 정식 종목에서 제외되면서 다시는 도전할 무대가 없다는 점이었다.
사과와 위로의 무대

울먹이며 믹스트존을 빠져나온 정철원은 시상식 후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내 실수가 너무 크다.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응원해주신 분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료들은 오히려 그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최광호와 최인호는 “모두가 함께 싸운 경기였다”며 끝내 울음을 터뜨린 동료를 다독였다.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벌어진 이 장면은 단순한 승패를 넘어, 선수들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비극적 드라마로 남았다. 0.01초의 차이, 그 숫자가 한국 롤러스케이트의 마지막 아시안게임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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