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호사 해외 취업 급증

최근 한국 간호사들의 해외 취업이 급증하면서 국내 간호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엔클렉스(NCLEX-RN, 미국 간호사 국가시험)은 미국에서 간호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험으로, 한국 간호대학 졸업 후 간호사 면허를 소지한 경우 응시할 수 있다. 시험은 컴퓨터 적응형(CAT) 방식으로 치러지며, 응시자의 수준에 따라 문제 수와 난이도가 달라진다. 한국인 응시자 수는 2020년 198명에서 2024년 2,634명으로 4년 만에 13배 증가했다.
간호사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열악한 국내 근무 환경과 낮은 처우다. 고된 3교대 근무, 부족한 휴식, 수직적인 조직 문화는 소진을 가중시킨다. 한 간호사는 “20대 초반 체력이 좋을 때도 3교대 근무가 너무 힘들어 진통제를 먹고 수액을 맞으며 출근한 적이 있다”며 “건강을 지키며 일할 수 없다는 두려움에 미국행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높은 이탈률과 과중한 업무

실제로 OECD 평균과 비교하면 한국은 간호사 면허 취득 후 병원 근무 비율이 현저히 낮다. 신규 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도 50%에 달한다. 이 같은 이탈 현상은 과중한 업무 부담과도 직결된다. 미국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는 평균 5.3명 수준이지만, 한국은 이보다 훨씬 많다. 환자 수가 늘어날수록 간호의 질은 떨어지고, 간호사들의 소진감은 커진다. 더불어 해외 현장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간 수평적 관계가 보장되는 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수직적 구조가 강해 근무 만족도를 떨어뜨린다.
여기에 ‘태움’이라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 문화도 여전히 존재한다. 선배 간호사가 후배를 공개적으로 모욕하거나, 과중한 업무를 강요하는 방식으로 이어지는 이 문화는 언론과 학술 연구를 통해 반복적으로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일부 연구에서는 이러한 괴롭힘 경험이 간호사들의 정신적 건강과 근속 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한다. 이 역시 해외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해외 채용 확대와 국내 공백 우려

이런 가운데 미국 병원들은 임상 경험과 기술을 갖춘 한국 간호사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문제는 숙련된 간호사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국내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간호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근무 환경 개선, 처우 향상, 조직 문화 변화 없이는 인력 공백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이 국내에서도 전문성을 발휘하며 존중받고,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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