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된 놀이기구에 의존하는 에버랜드, 이유는 경영지배구조 때문?

국내 최대 테마파크 에버랜드가 심각한 노후화 논란에 휘말렸다. 부모 세대가 80년대와 90년대에 탔던 놀이기구를 그대로 자녀에게 태워야 하는 현실, 그것이 지금 에버랜드의 현주소다. 범퍼카, 지구마을, 환상특급, 독수리 요새, 아마존 익스프레스, 허리케인 등 과거 자연농원 시절부터 이어진 놀이기구들이 여전히 주축을 이루고 있다. 새로움보다 세월의 흔적이 더 짙게 배어 있는 풍경이다.

2000년대 이후 더블 락스핀, 매직 스윙, T-익스프레스 같은 어트랙션이 도입되긴 했지만, 벌써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특히 2008년에 문을 연 T-익스프레스조차 17년이 지나 노후화가 시작됐다. 매직랜드 구역은 여전히 피터팬, 비룡열차, 나는 코끼리 같은 40년 전 놀이기구로 채워져 있고, 실내 어트랙션은 손에 꼽을 정도라 날씨가 조금만 나빠도 제대로 즐길 수 없다. 한마디로 시설 혁신이 멈춰선 지 오래다.
결국 에버랜드는 ‘T-익스프레스’라는 단 하나의 롤러코스터에 목숨을 걸고 있는 상황에 놓였다. 과거 독수리 요새 같은 개성 강한 어트랙션들은 철거돼 정원으로 바뀌었고, 남은 놀이기구 상당수는 20년 이상 된 낡은 시설이다. 젊은 층이 원하는 강렬한 스릴을 제공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그 사이 경주월드는 신형 롤러코스터와 워터 어트랙션을 잇따라 도입하며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롯데월드와 비교해도 에버랜드의 노후화는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이용객들은 심지어 과천 서울랜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비판한다.

문제는 신규 투자에 인색한 운영 구조다. T-익스프레스 건설에 360억 원, 썬더폴스에 140억 원이 투입됐을 만큼 새로운 놀이기구는 막대한 비용을 요구한다. 최근 에버랜드는 철거한 자리마다 돈이 덜 드는 정원을 조성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운영 시간 단축도 빈번하다. 일부 놀이기구는 하루 34시간만 가동되거나 오전에만 운영돼 이용객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전체 부지의 93%가 정원이나 빈 땅으로 남아 있고, 놀이기구는 고작 7%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어린이용에 3040년 된 낡은 시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에버랜드가 적극적으로 투자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삼성의 지배구조와 연결된다. 에버랜드는 2015년 삼성물산과 합병되며 그룹 지배 구조의 핵심 고리로 자리 잡았다. 매출 규모는 삼성물산 전체에서 1% 남짓이지만, 이재용 회장이 삼성 전반을 지배하는 데 있어 상징적이자 전략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때문에 에버랜드 자체의 경쟁력보다는 그룹 차원의 안정성이 우선시되고, 막대한 신규 투자는 뒷전으로 밀린다는 분석이다.

에버랜드는 2010년대 이후 판다를 전면에 내세우며 동물원 콘텐츠에 힘을 쏟았다. 판다 월드 개장과 쌍둥이 판다 마케팅은 큰 성공을 거두며 방문객 유치 효과를 냈고, 최근에는 새로운 판다 하우스까지 짓고 있다. 하지만 스릴을 원하는 젊은 층은 이미 발길을 다른 테마파크로 돌렸고, 저출산 흐름 속에서 어린이 중심 가족 단위 수요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서울랜드가 몰락했던 길을 에버랜드가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낡은 시설을 교체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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