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승객 다섯 명, 혈세 4조 원을 삼켜버린 합덕역 개발 참사.

4조 원이 넘는 혈세를 쏟아부었지만, 하루 승객은 고작 다섯 명. 대한민국 서해안의 합덕역은 거대한 건물과 텅 빈 플랫폼만 남은 채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가고 있다. 논밭 사이에 불쑥 세워진 이 역은 ‘유령역’이라는 오명과 함께, 은하철도 999의 황량한 정거장을 떠올리게 한다. 역세권이라는 달콤한 말에 현혹된 이들이 사기꾼들의 손에 전 재산을 잃고, 기사 혼자 빈 셔틀버스를 몰고 다니는 초라한 풍경이 일상화된 곳. 합덕역은 국가 예산 낭비와 기획부동산의 검은 거래가 어떻게 한순간에 사람들의 삶을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합덕역의 현실은 참혹하다. 열차 편당 승객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고, 한 대를 운행하는 것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총 4조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정작 역을 찾는 사람은 드물다. 세금을 갉아먹는 괴물 같은 시설일 뿐, 주민들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
문제의 핵심은 입지다. 역은 당진 신도시와 산업단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합덕읍내조차 2km 떨어져 있다. 걸어서 30분 이상이 걸려 셔틀버스가 사실상 유일한 교통수단이지만, 읍내 인구가 8천 명 남짓이라 버스 안은 늘 텅 비어 있다. 기사 혼자 버스를 몰고 다니는 장면은 이미 흔한 풍경이다. ‘이해할 수 없는 위치 선정’이라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이 같은 기형적 역사의 배경에는 정치권 로비와 이해관계자의 압박이 있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농업 종사자를 위한다는 명분이 내세워졌지만, 실제로는 혜택이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 황량한 논밭 속에 덩그러니 자리한 역은 누구를 위해 세워졌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여기에 기획부동산이 끼어들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역 건설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투기꾼들은 ‘합덕역 개발 호재’를 내세워 논밭을 평당 수십만 원대에 팔아치웠다. 아파트 단지, 상업지구, 쇼핑몰이 들어설 것처럼 포장됐지만, 모두 허위 광고였다. 일부는 가짜 농업 법인까지 만들어 합법을 가장했고, 막대한 차익을 챙긴 뒤 사라졌다. 남은 건 텅 빈 땅과 투자자들의 눈물뿐이었다.

특히 은퇴자금을 쏟아부은 중장년층의 피해가 컸다. 단순한 금전적 손실에 그치지 않고, 삶의 기반 자체가 무너졌다. 심리적 충격은 회복이 불가능했고, 일부는 절망 끝에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렸다. 합덕역은 단순한 철도 실패 사례를 넘어,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파괴한 비극의 상징이 됐다.
합덕역 사례는 한국식 개발 논리와 부동산 투기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준다. ‘역세권’이라는 말 한마디에 모든 이성이 마비되고, 사기꾼들은 그 틈을 노렸다. 절대 농지가 상업지구로 변신할 것이라는 기대는 허망한 꿈으로 끝났고, 오늘도 합덕역 플랫폼은 적막만 가득하다. 결국 남은 것은 4조 원의 세금 낭비, 기획부동산의 배불린 주머니, 그리고 희생자들의 폐허 같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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