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경영으로 성공해 ‘해운 여제’로 불리다가 결국 침몰시킨 최은영 전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 이어 며느리 경영의 두 번째 사례로 주목받은 최은영 전 회장은 초기 경영에서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직원들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창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임직원 자녀 초청 미술관 관람 등 부드러운 리더십을 선보였다. 당시 해운업의 호황과 맞물려 그녀는 ‘해운 여제’라 불리며 매출액 10조 원을 달성했고, 스페인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훈장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위험한 경영 방식이 숨어 있었다. 한진해운은 선박을 직접 보유하기보다 필요한 만큼 빌려 쓰는 ‘용선’ 방식을 택했는데, 이는 향후 몰락의 단초가 되었다.
한진해운 몰락의 씨앗은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200% 부채비율 규제에서 시작되었다. 해운업의 특성상 고가의 선박 구매를 위해 차입이 불가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외 적용 없이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면서 국내 해운업체들은 신규 선박 구매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반면 중국과 일본은 정부 지원으로 선박을 확보했다.
2003년 시작된 해운업 호황기에 한진해운은 높은 용선료를 부담하며 선박을 빌려 써야 했다. 특히 최 전 회장 재임 중, 베이징 올림픽 특수를 장기 호황으로 오판하여 높은 용선료로 장기 계약을 맺은 것은 치명적인 결정이었다.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운임이 반토막 난 상황에서 높은 용선료를 계속 지급해야 했던 한진해운은 막대한 적자를 떠안게 되었고, 부채비율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결국 2014년, 최은영 전 회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한진해운의 계열 분리를 주장했던 최 전 회장과 통합 물류 회사 운영을 고수했던 조 회장 간의 갈등도 있었으나, 조 회장 역시 한진해운 회생에 실패하며 2017년, 40년 역사의 세계 7위 한진해운은 파산했다.
몰락 과정에서 최 전 회장은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도 급여와 배당금으로 200억 원 이상을 챙겼고, 경영권 이양 시에도 퇴직금을 받아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러한 논란은 국정감사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최은영 전 회장은 증인석에서 눈물을 보이며 “가정주부로 있다 나와서 전문성 부족했다”고 토로했지만, 이에 대한 실질적인 책임이나 부담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피했다. 또한, 주가 하락 전에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각하여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결국 법원은 최 전 회장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12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일반 투자자를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도망친 것과 다름없다”며 기업가 정신을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흔든 중대한 범죄라고 질타했다.
한진해운의 파산은 한국 해운업계에 큰 상처를 남겼으며, 글로벌 해운 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세계 7위의 위상을 가졌던 기업의 몰락은 정부의 정책 결정과 기업 경영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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