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원어치 공짜 밥… 남양주 지하상가에서 벌어진 7년의 기적

경기도 남양주시 한 지하상가에서는 몇 년째 동네 사람들 사이에 ‘마대자루 아저씨’ 소문이 떠돌고 있다. 산타클로스처럼 커다란 포대자루를 들고 상가를 배회하다, 갑자기 분식집으로 내려와 “밥 주세요” 한마디 던지고는 자리를 차지하는 남자. 문제는 그가 무려 7년 동안 단 한 번도 계산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분식집 사장 홍순자 씨는 여전히 그를 그냥 보내고 있다.

처음엔 손님들도 수상한 사람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김밥 재료 따로, 밥 따로, 계란에 반찬까지 ‘폭식 세트’를 올려놓고는 대접 가득한 밥을 순식간에 비우고, 남은 밥과 달걀, 반찬은 봉지에 꽉 채워 마대자루 속으로 밀어 넣는다. 양만 보면 몇 인분인지 세기도 힘든 수준이다. 그런데도 그는 언제나 똑같은 말만 남긴다. “돈 냈잖아요. 1,400만 원 줬잖아요.” 지인이 이미 1,400만 원을 맡겼기 때문에 더 이상 낼 게 없다는 황당한 주장. 정작 홍순자 씨는 그 돈을 받아본 적도 없다.

홍 씨가 이 남자에게 밥을 공짜로 주기 시작한 건 7년 전이다. 어느 날 남루한 차림으로 나타난 남자가 “떡볶이 500원어치만 줄 수 있냐”고 묻자, 그녀는 어른이 500원어치만 달라는 모습에 마음이 무너졌다. “배고프면 언제든 오세요” 한마디를 던졌고, 그 다음 날부터 남자는 정말로 매일 가게를 찾기 시작했다. 떡볶이와 어묵, 계란튀김에 순대까지 한 번 올 때마다 수북하게 쌓이는 접시들, 계산대 앞에선 늘 텅 빈 손. 그럼에도 홍 씨는 “다음에는 오지 마세요”라는 말을 몇 번이고 했다가도 막상 들어오는 뒷모습을 보면 결국 또 음식을 내어줬다.
문제는 사장의 형편도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남양주 지하상가에서 10년 넘게 분식집을 지켜왔지만, 인건비 아끼려 알바도 제대로 못 쓰는 장사 구조다. 손님들 빠진 밤 9시가 넘어서야 남은 순대와 국물로 허기를 달래는 날이 수두룩하다. 그렇게 7년 동안 공짜로 나간 음식값만 수천만 원. 이웃들은 “집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 걸 다 아는데, 이 정도로 계속 주는 건 아무나 못 한다”며 ‘천사 아주머니’라고 부르지만, 그 역시 마음 한편에서는 손익 계산이 스쳐 지나가지 않는 날이 없다.

제작진이 남자의 정체를 쫓자, 그의 삶은 분식집에서 보이던 모습보다 훨씬 거칠었다. 마을 뒤 야산 동굴에 이불과 옷가지가 널브러져 있고, 사람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폐지를 모으고 고물을 줍다가 빗속을 떠돌고, 밤이 되면 수원역 인근 길바닥에 누워 계란을 꺼내 먹고 잠드는 노숙에 가까운 생활. 버스와 지하철 요금은 꼼꼼히 새 지폐로 바꿔 정확히 계산하면서도, 분식집 계산대 앞에서는 여전히 “1,400만 원을 이미 맡겼다”고 믿고 있는 남자였다.
그에게도 가족은 있었다. 부산 쪽에 형과 누나가 산다고 했지만, 어디 사는지 정확한 주소도 모르고, “나중에, 돈 좀 벌고 나서” 만나겠다고만 반복했다. 지자체 복지팀과 사회복지사가 나서 주민등록부터 다시 만들자고 설득했지만, 서류에 도장 찍으러 가는 길조차 거부하며 스스로 문을 닫았다. 제작진이 방을 잡아주겠다고 해도 “도움 필요 없다, 나도 노력해서 산다”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이 남자가 마음을 조금이라도 열어 보이는 유일한 사람은 남양주 지하상가 분식집 사장, 홍순자 씨뿐이었다. 방송을 통해 남자가 폐지를 줍고 고물을 모으며 악착같이 돈을 벌려 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홍 씨는 “밥만 드리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걸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말을 내뱉었다. 7년 동안 단골 손님으로만 알고 지냈던 남자의 삶이 얼마나 벼랑 끝인지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홍순자 씨는 오늘도 떡볶이 국물을 끓이고, 김밥 재료를 썰면서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오길 기다린다. 언젠가 그가 마음의 빗장을 조금 더 열어 복지도, 가족도, 사람들도 다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남양주 지하 분식집 한켠에서 이어지는 한 여인의 고집스러운 선의가, 거리 위에서 버티는 한 남자의 마지막 끈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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