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했던 방송계 전설, 노년의 삶과 가족을 위해 던진 메시지

브라운관을 주름잡았던 ‘전설의 아나운서’, 방송인 왕종근 씨. KBS 아나운서 시절부터 홍콩 배우 주윤발을 닮은 매력적인 외모와 카리스마로 큰 인기를 누리며 대중에게 오랜 시간 사랑받아왔다.
늘 유쾌하고 활력 넘치는 모습으로 기억되던 그였기에, 최근 그가 전한 진단 결과와 가족과의 대화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놀라움과 함께 숙연함을 안겨주고 있다. 화려했던 방송계 전설이 노년의 삶을 준비하며 가족들을 위해 던진 메시지는 무엇일까.

왕 씨를 움직이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노년의 두려움’이었다. 그는 아내 김미숙 씨와 함께 병원을 찾아 치매 검사를 진행했고, 검사 결과 치매 유전적 위험도 예측 검사에서 중위험군 판정을 받았다.
의사는 왕 씨에게 알츠하이머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진 ApoE4 단백질이 있음을 밝혔으나, “유전적인 요인보다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운동 등 환경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하며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왕 씨가 치매에 대한 깊은 경각심을 가지고 선제적인 행동에 나선 배경에는 가슴 아픈 가족사가 깊이 얽혀있다. 그는 생전에 장모님이 치매로 인해 기억과 존엄성을 잃어가며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이 과정을 통해 왕 씨는 치매가 환자 본인뿐만 아니라, 간병과 경제적 부담을 떠안게 되는 남겨진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정신적, 물질적 어려움을 안겨주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왕 씨는 가족들에게 “미리 유언을 하겠다. 만약 내가 치매에 걸리면 절대로 집에서 같이 고통받지 마라. 요양병원에 보내고 면회도 오지 마라”라고 자신의 마지막 소망을 구두로 전달했다.
그러면서 “내 아들도 모르고 내 아내도 누군지 잘 모르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며 불안한 마음을 내비쳤다. 이에 아들은 “이 이야기를 3년째 하고 있다. 나는 아빠를 끝까지 책임질 것”이라며 “가족력이 있는 걸 인지하고 조심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아버지를 진심으로 다독였다.

왕종근 씨의 용기 있는 선언과 아들의 헌신적인 약속은 단순히 개인적인 가족사를 넘어, 고령화 시대 속에서 우리 모두에게 노년의 삶과 가족의 사랑, 책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의 염려와 아들의 따뜻한 다짐은 진정한 가족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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