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와서 현타 온 일본 교수

일본 사회에서 한국은 오래전부터 반일 국가라는 이미지로 소비돼 왔다. 이런 인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일본의 한 대학 교수도 같은 생각을 품고 한국 땅을 밟았다. 그러나 그의 짧은 방한 경험은 굳어 있던 믿음을 정면에서 흔들었다.
스즈키 쿠니오 교수는 서울대학교의 초청으로 강연 일정에 맞춰 한국을 찾았다. 일본에서 접해온 정보에 따르면 한국은 어릴 때부터 반일 교육을 받는 사회였다. 그는 한국 서점에도 일본을 비난하는 책들이 즐비할 것이라 자연스럽게 예상했다.
일본의 대형 서점에서는 혐한 서적이 베스트셀러 코너를 차지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한국을 공격적으로 묘사한 자극적인 제목의 책들이 반복적으로 소비된다. 이런 환경 속에서 형성된 인식이 그에게도 그대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서울 시내 대형 서점을 찾은 순간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일본을 비난하는 책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일본 작가들의 소설이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서가를 둘러볼수록 위화감은 커졌다. 정치적 적대감이나 증오를 자극하는 문구는 찾기 어려웠다. 감성과 문학, 일상의 이야기가 일본 작품을 통해 조용히 소비되고 있었다.
짧은 체류 기간 동안 마주친 한국 사회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거리에서, 식당에서, 학교에서 느낀 감정은 적대가 아니라 무심함에 가까웠다. 최소한 일본을 미워하는 사회라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일본으로 돌아간 스즈키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인터넷에 글로 남겼다. 우리는 한국을 반일 국가라고 굳게 믿어왔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가 느낀 감정은 분노가 아니라 혼란이었다.
글의 핵심은 단순했다. 대체 누가 누구를 더 미워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자문이었다. 일본에서 소비되는 한국의 이미지와 실제 한국의 모습 사이의 간극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일본 온라인 공간에서 빠르게 퍼졌다. 일부는 공감했고 일부는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적어도 하나의 질문은 남았다.
우리가 믿어온 적대적 서사는 과연 어디서 만들어졌는가. 이 영상은 한 개인의 경험을 통해 국가 간 인식이 어떻게 왜곡되고 재생산되는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그 왜곡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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