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방송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방송 사고로 기록된 ‘내 귀에 도청장치’ 사건이 발생한 지 30여 년이 지났지만, 그 뒤에 숨겨진 안타까운 사연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이 사건은 1988년 8월 4일 밤, MBC 뉴스데스크 생방송 도중 한 남성이 스튜디오에 난입해 앵커의 마이크를 빼앗으며 시작되었다. 당시 서울 지하철 요금 인상 소식을 전하던 강성구 앵커 뒤로 갑자기 나타난 남성은 “귓속에 도청장치가 들어있습니다, 여러분!”이라고 외치며 전국 시청자들을 경악게 했다.

보안 요원들에게 끌려나가는 순간까지도 그는 “저는 가리봉동에 사는 소창영이라고 합니다!”라며 자신의 신분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24세였던 소 씨는 평범한 선반공이었으나, 이 사건으로 인해 단숨에 전국적인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조사 결과, 소 씨가 이러한 돌발 행동을 한 배경에는 신체적 고통에서 비롯된 심각한 망상 장애가 있었다. 그는 사건 발생 1년 전인 1987년, 축구를 하던 중 날아오는 공에 귀를 맞아 고막 파열 부상을 입었다.

수술과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귀에서 지속적으로 날카로운 금속음이 들리는 ‘이명’ 증상에 시달렸고, 이는 결국 “병원에서 내 귀에 도청장치를 심었다”는 확신 섞인 망상으로 이어졌다.
소 씨의 기행은 뉴스 난입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그는 1989년 서울대학교와 1991년 연세대학교 교정에 나타나 알몸으로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외치며 시위를 벌였으며, 국회 등 공공장소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강렬했던 등장과 달리 그의 마지막은 쓸쓸했다.

소 씨는 지인들에게 “시골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싶다”는 말을 남긴 후 1990년대 초반 돌연 자취를 감췄다. 이후 여러 매체에서 그의 행방을 추적했으나 현재까지도 소식은 묘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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