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는 성묘 교회에서 단순한 위생 관리가 아니다

24년 경력의 베테랑 방송 PD와 카메라 감독이 이끄는 오지 여행 다큐멘터리 채널 ‘역마살 로드’가 이번에는 인류 최대의 성지이자 종교적 갈등의 축소판인 예루살렘 ‘성묘 교회(주님 무덤 성당)’를 찾았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한 장소로 알려진 이곳은 로마 가톨릭을 비롯해 그리스 정교회 등 6개 종파가 한 지붕 아래 얽혀 사는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성지다.
이곳의 새벽과 고요한 어둠을 뚫고 만난 한국인 조상연 스테파노 신부는 성묘 교회의 엄격한 ‘현상 유지 원칙(Status Quo)’을 몸소 보여주는 인물이다. 1852년에 확정된 이 원칙에 따라 교회 내 못 하나 박는 일부터 사다리 하나 옮기는 것까지 모든 종파의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2층 창가에 놓인 나무 사다리는 소유권을 둘러싼 합의를 이루지 못해 300년 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청소는 성묘 교회에서 단순한 위생 관리가 아닌 ‘영토권’의 상징이다. 조 신부는 “빗자루가 닿는 곳이 곧 우리 구역의 경계선”이라며, “과거에는 청소 구역 침범 문제로 종파 간 수도자들이 빗자루를 들고 몸싸움을 벌였을 정도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성묘 교회를 직접 청소해 본 한국인은 조 신부를 포함해 단 몇 명뿐일 정도로 이는 수도자들에게 큰 프라이드이자 신성한 수행이다.

갈등은 현실적이다. 2002년에는 에티오피아 정교회 수도사가 햇빛을 피하려 의자를 불과 몇 센티미터 옮겼다가 코트교단 수도사들과 충돌해 11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 성스러운 장소 이면에는 인간적인 질투와 경쟁, 그리고 이를 억제하기 위한 수백 년 된 규칙들이 층층이 쌓여 있다.
조 신부는 한 달에 약 16만 원(400셰켈)의 용돈을 받으며 정해진 규칙에 따라 수도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처음 3개월은 군대에 두 번 온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이곳의 침묵에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역마살 로드’는 성지의 웅장함 대신 빗자루질 한 번과 의자 하나에 얽힌 인내와 타협의 역사를 객관적 시각으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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