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다카이치 내각이 2026년도 슈퍼 예산을 편성하며 저성장 돌파를 위한 대대적인 경제 변혁에 나섰다. 이창민 한국외대 교수는 최근 ‘손에 잡히는 경제’에 출연해 일본이 과거의 금기를 깨고 국가 주도의 공격적인 산업 정책으로 전환했음을 시사했다.
‘균형 재정’ 버리고 ‘국가 주도 투자’ 선택
다카이치 정부의 핵심 전략인 ‘사나에노믹스’는 과거 아베노믹스와 궤를 달리한다. 아베노믹스가 통화 완화에 방점을 두었다면, 사나에노믹스는 직접적인 ‘재정 지출’이 핵심이다. 일본은 122조 엔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며, 90년대 이후 일본 경제를 옥죄던 ‘균형 재정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났다. 빚을 내서라도 미래 먹거리에 투자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탈원전’ 기조의 폐기다. AI 시대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일본은 원전 재가동을 가속화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금기시되었던 원전 가동을 AI 산업 육성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인정한 것이다.

반도체·AI·에너지 잇는 ‘소버린 AI’ 전략
일본은 민간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직접 17대 전략 산업을 선정해 노골적인 산업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와 ‘소프트뱅크’, 그리고 대만의 ‘홍하이(폭스콘)’가 있다.
라피더스가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고, 소프트뱅크가 AI 모델을 개발하며, 홍하이가 일본 내 데이터 센터용 AI 서버를 구축하는 체계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이는 AI 인프라 전체를 자국 내에 구축하려는 ‘소버린 AI(AI 주권)’ 전략의 일환이다.
재정 착시와 중일 갈등이라는 ‘양날의 검’

하지만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현재 일본 정부는 각종 회계적 기법을 통해 당장의 부채 증가를 가리고 있으나, 이는 장기적으로 재정 위험을 축적하는 ‘재정 착시’일 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 성장률이 금리보다 높게 유지되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무너질 경우 일본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빚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중일 갈등’이 최대 변수다. 일본의 재무장 움직임에 중국이 희토류 수출 규제 등 경제 보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어, 공급망 교란에 따른 GDP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이번 행보는 30년 침체를 끊기 위한 마지막 도박과도 같다. 국가 주도의 강력한 투자가 혁신적인 성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막대한 부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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