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원이 다른 스케일로 폐강

수강신청 시즌, 대학생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단어는 단연 ‘폐강’이다. 인원 미달이나 교수의 개인 사정 등 사유는 다양하지만, 과거 서울대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한 폐강 공고는 차원이 다른 스케일로 학생들의 눈을 의심케 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좌교수로 초빙된 인물은 2011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의 다니엘 셰흐트만(Dan Shechtman) 교수였다.

세계적인 석학의 강의 소식에 학생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으나, 개강 직전 들려온 소식은 청천벽력 같았다. 그가 고국인 이스라엘의 제1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하면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없게 된 것이다.
전무후무한 사유에 캠퍼스가 술렁이자, 셰흐트만 교수는 서울대 측에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미안한 마음을 전하며 “만약 대선에서 떨어지면 곧바로 서울대에 돌아올 것이고, 당선된다면 대통령으로서 한국을 공식 방문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강의를 듣기 위해 교수의 낙선을 빌어야 하는 거냐”는 웃지 못할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운명의 대선 결과, 셰흐트만 교수는 0.9%라는 다소 민망한(?) 득표율을 기록하며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진짜 ‘레전드’라 불리는 대목은 그 이후였다. 그는 낙선 직후 약속대로 짐을 싸서 한국으로 향했다. 당해 2학기 서울대 강단에 복귀한 그는 이후 약 2년 동안 성실히 강의를 이어가며 학생들과의 약속을 지켰다.
학문적 성취를 넘어, 본인이 뱉은 말을 책임지기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온 노학자의 행보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울대 역사상 가장 장엄했던 폐강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정치적 야망은 미완으로 남았으나, 스승으로서의 신뢰는 100% 득표율을 얻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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