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한복판, 조합원들 ‘날벼락’…서울시·건설사, 2조 6천억 원대 토지 소유 주장
대한민국 대표 부촌, 강남 압구정의 랜드마크로 기대를 모았던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이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조합원들이 수십 년간 거주해 온 토지의 소유권 일부가 서울시와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에 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사업이 ‘올스톱’될 위기에 놓였다. 조합원들은 “3조 원이 넘는 땅을 뺏기게 생겼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이 중에서도 3구역은 4,000세대 가까운 대단지로, 압구정역과 인접한 최고의 입지를 자랑한다. 하지만 이번 토지 소유권 분쟁으로 인해 사업 추진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 조합원은 “죽기 전에 재건축된 아파트에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깊은 시름에 잠겼다.
문제의 발단은 압구정 현대3·4차 아파트의 일부 필지, 구체적으로 압구정동 462, 462-1, 462-2, 466, 478, 464, 464-1, 465, 467-2번지 등 9개 필지에서 발생했다. 총면적 4만706.6㎡(약 1만2335.3평)에 달하는 이 땅의 지분 일부가 조합원 외에 서울시,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소유로 등기되어 있는 것.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서울시와 건설사들이 보유한 지분율과 조합원 지분을 합하면 전체 지분율이 100%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이는 재건축 사업 진행에 있어 심각한 문제점을 야기한다.
1970년대 개발 당시 지분 정리 미흡이 화근

사태의 원인은 1970년대 압구정 아파트 단지 개발 당시 현대건설이 토지 지분 정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조합원들은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지도 않은 지분을 서울시에 기부채납(증여)하는 바람에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분개하고 있다.
토지 지분 관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 재건축 사업의 핵심 단계인 ‘관리처분 인가’를 받을 수 없다. 또한 공유자들 간의 재산권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전 고시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이에 압구정3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각각 서울시,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에 소송 등 법적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 서울시 주택실 공동주택과 역시 “소송 등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답변을 내놓은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 소유로 등록된 땅은 국유재산법에 따라 20년 이상 점유하더라도 소유권을 인정받는 ‘시효취득’이 불가능해 법적 다툼의 소지가 크다. 법무법인 심목 김예림 대표변호사는 “소유권이 불명확할 경우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건설 “상황 파악 중”…자산 누락 의혹도 제기

현대건설 측은 “본사에서 이런 상황을 알지 못했고 현장을 중심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대건설의 투자 부동산 규모가 3695억4800만원으로 공시된 것에 비해 장부상 압구정3구역 내 토지에 대한 자산은 누락된 것으로 분석되면서 ‘자산 누락’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준일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시가가 상당한 자산을 장부에 누락시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기업의 내부 역량에 크게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의 자산가치와 회계 및 공시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 “사업 지연 없도록 노력”…엇갈리는 전망
서울시는 이번 토지 지분 논란이 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조합,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관계자와 협의를 통해 토지지분 정리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부득이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신속히 진행해 사업 지연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소송 장기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사업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덮개 공원 문제, 층수 제한 등 다른 쟁점들과 맞물려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은 더욱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 속, 압구정 재건축은 어디로
압구정3구역 재건축 사업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인근 다른 구역들의 사업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서울시가 추진하는 ‘한강 르네상스 2.0’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압구정 재건축 프로젝트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연 압구정3구역 조합원들은 3조 원대 토지 소유권 분쟁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어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 최고 부촌의 위상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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