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가 북한을 몰락시킨 주범이었던 기막힌 사연

북한의 식량난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옥수수, 즉 ‘강냉이’는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곡물이자, 때로는 척박한 땅에서도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생명의 곡식’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북한의 ‘주체 농법’이라는 경직된 농업 정책과 외부 환경의 변화는 옥수수를 단순한 식량을 넘어, 북한 사회 전반의 몰락을 상징하는 아이러니한 곡물로 만들었다.
김일성이 제시한 ‘주체 농법’은 벼와 옥수수 중심의 단작 영농 형태를 고착화시켰다. 특히 옥수수는 척박한 토양에서도 비교적 잘 자라고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높아 북한의 지형적, 환경적 조건에 적합한 작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러한 단작 농업 방식은 토양의 지력을 빠르게 고갈시켰고, 화학 비료에 대한 의존도를 높였다.
소련 붕괴 이후 화학 비료와 농기계 공급이 급감하면서 주체 농법의 기반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료 없이 옥수수를 연작하는 것은 토양을 더욱 황폐화시켰고, 이는 결국 ‘고난의 행군’이라 불리는 대기근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옥수수 생산량은 감소했고, 제대로 된 품종 개량 시스템 부재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북한 시장에서 옥수수 가격은 북한 경제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가 되었다. 2024년 5월, 옥수수 가격은 2주 만에 12.9% 급락하는 등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이는 묵은 옥수수 소진, 모내기철을 맞아 옥수수를 배급하는 기관의 물량 풀이, 그리고 국경을 통한 수입 곡물 증가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이러한 가격 변동은 북한 경제가 세계 시장의 동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동시에 외부 충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북한은 옥수수를 주식으로 삼으며 생존을 이어왔지만, 옥수수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잘못된 농업 정책은 결국 북한 사회를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옥수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생존력 강한 곡물이지만, 북한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은 이 곡물의 긍정적인 측면을 퇴색시키고 오히려 체제의 몰락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되었다.
옥수수는 더 이상 북한 주민들에게 풍요를 약속하는 희망의 씨앗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북한 체제의 모순과 한계를 드러내는, 황폐해진 땅 위에 남겨진 씁쓸한 현실의 증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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