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루프 – 일본인으로 귀화한 의친왕의 장남 이건의 이야기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실을 짊어져야 할 운명이었으나, 일본 제국주의의 거센 물결 속에서 굴곡진 삶을 살다간 의친왕의 장남, 이건(李鍵)의 이야기는 비극 그 자체였다. 일제의 강압 속에서 일본 육군 장교로 복무했으며, 결국 일본으로 귀화하여 삶의 궤적을 달리했던 그의 삶과 말로는 우리에게 깊은 안타까움을 안겨준다.
1909년, 대한제국 황실의 후예로 태어난 이건은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 이강의 장남이었다. 그의 유년 시절은 격동의 시기였으며, 대한제국이 일본의 영향력 아래 놓이면서 그의 삶 또한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일본 제국주의의 굴레에 갇히게 되었다.
1930년, 아버지 이강이 은거하자 이건은 사동궁의 주인이 되어 ‘공(公)’의 지위를 세습받았고 ‘전하(殿下)’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일본 육군사관학교와 육군대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제국 육군 장교로 복무하며 중좌 계급까지 올랐다. 태평양 전쟁에도 참전하는 등, 그는 제국의 군인으로서 삶을 살았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대한제국의 황실은 해체되었다. 이건은 1947년 신적강하로 평민이 되면서 ‘모모야마 겐이치(桃山虔一)’로 개명하고, 1955년에는 일본으로 귀화하여 일본인이 되었다.
그의 사생활 또한 순탄치 않았다. 첫 번째 부인과의 이혼 후, 두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이 자신의 친아들이 아님을 알게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이후 일본인 마에다 요시코와 재혼하여 세 아들과 두 딸을 두었으며, 사이타마현에서 조용히 삶을 마감했다. 1990년, 81세의 나이로 일본에서 사망한 그의 장례는 일본 황족과 지인들의 주관으로 치러졌다.
이건은 총 12남 9녀의 자녀를 두었으며, 그의 후손들은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 복무와 광복 후 일본 귀화는 이건에게 ‘친일’이라는 꼬리표를 붙게 했다. 그러나 그의 삶은 일제의 강압과 시대적 상황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현재 그의 후손들과 대한제국 황실 복원 단체들은 의친왕과 황실의 독립운동 역사를 바로세우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건의 삶 또한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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