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쇼핑데이? 사실은 ‘피 흘린 파업 덕분에 생긴 휴일

매년 9월 첫째 월요일이면 미국 전역은 노동절(Labor Day) 세일로 들썩인다. 명품 매장 앞에 줄이 늘어서고, 해변에서는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 하지만 이 ‘즐거운 휴일’의 뿌리는 충격적이다. 바로 1894년, 시카고 교외에서 터진 피 묻은 풀먼 철도 파업 때문이다.
당시 풀먼 회사는 임금을 깎으면서도 사내 마을의 임대료와 생필품 가격은 그대로 유지했다. 급여는 줄었는데 월세는 그대로, 노동자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 결국 노동자들은 폭발했다. 1894년 5월, 총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여기에 전국 철도노동자연맹(ARU)이 합류하면서 파업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번졌다. 열차가 멈춰 서자 미국 경제가 흔들렸고,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그로버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결국 연방군 투입을 지시했다. 그리고 참극이 벌어졌다. 군과 노동자가 충돌하며 25명 이상이 사망하고 수천 명이 체포됐다. 언론은 “내전 수준”이라며 연일 대서특필했다.

문제는 여론이었다. 노동자들을 총칼로 진압했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클리블랜드 행정부는 ‘달래기 카드’를 꺼냈다. 바로 노동절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한 것이다. 파업이 벌어진 지 두 달 만에 법안이 초고속 통과됐고, 대통령은 곧장 서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노동자를 진압한 바로 그 대통령이 ‘노동자의 날’을 만든 셈이다.
풀먼 파업은 미국 노동운동의 분수령이었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는 제도 논의가 본격화됐고, 노동절은 그 상징이 됐다. 하지만 지금의 노동절은? 바비큐, 세일, 휴가… 본래 의미는 희미해졌다.
그러나 기억해야 한다. 미국인들이 즐기는 ‘노동절 세일’ 뒤에는 임금 삭감에 맞서 싸운 노동자들의 분노와, 피 흘린 희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의 불꽃놀이와 쇼핑카트는, 130여 년 전 거리에서 쓰러져간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그림자 위에 서 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