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가정법원 경주지원에서 근무하는 정현숙 판사는 ‘가사소년전문법관’으로 불린다. 이혼 사건, 가정폭력, 상속 재산 분할 등 가정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일을 담당하며, 실제로는 이혼 사건이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는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판사로서 수천 건의 이혼 사건을 다루며 얻은 통찰을 전했다. 수많은 부부가 헤어지는 과정을 지켜본 끝에 정 판사가 내린 결론은 단호했다. “어떤 경우에는, 애초에 결혼 자체를 말렸어야 한다.”며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부모님이 더 뜨겁게 싸우는 이혼 조정실

정현숙 판사가 마주하는 이혼 재판 풍경은 드라마보다 더 극적이다. 젊은 부부가 부모와 함께 조정실에 들어와 정작 당사자는 침묵하고 부모들끼리 격렬히 다투는 경우도 흔하다. 정 판사는 “오히려 부모님이 갈등을 증폭시켜 젊은 부부가 헤어지게 되는 경우도 있어 가슴 아플 때가 많다”고 털어놓았다.
결혼 신고 안 한 ‘사실혼’ 사건 급증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이혼 건수는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 판사는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신혼부부가 많아 사실혼 해제 사건은 오히려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혼도 헤어질 때 위자료와 재산 분할이 이혼과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 판사는 하루에 평균 50건의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협의 이혼 확인은 130건에 달한다고 전했다. 그는 “처음엔 ‘가정이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싶을 정도로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1%도 가능성 없는(가장 흔한 이혼 사유)
5천 건이 넘는 이혼 사건을 다룬 정 판사는 “대표적인 사유는 부정행위”라고 단언했다. 여기에 폭행, 폭언, 경제적 무능력, 성격 차이가 줄줄이 얽혀 사건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애 때 폭력이나 외도가 보였다면 결혼 후 달라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그때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보다 충격적인 사건들
정 판사가 소개한 사건 중에는 가족 내 금기 상황이 얽힌 불륜 사건부터, 남편의 집요한 의처증이 사실은 아내의 불륜으로 드러난 경우까지 현실이 믿기 어려운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남편의 헌신과 사랑으로 부부 상담을 거쳐 관계가 회복된 사례도 있었다.
또한 그는 가장 가슴 아팠던 사건으로 중증 장애아와 아내를 동시에 돌보다 결국 경제적 한계로 이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한 아버지의 사연을 들려주었다. 아내는 눈빛으로 “동의한다”는 신호를 보내며 남편과 자녀를 위한 마지막 도움을 건넸고, 법정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혼은 끝나도 삶은 계속된다”
정 판사는 마지막으로 “이혼 소송은 순간마다 상처와 전투 같은 싸움이지만, 결국 끝나게 되어 있다. 그 순간만 버티면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며 이혼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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