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수사 허점이 부른 비극, 18년간 이어진 감금과 공포

1991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레이크 타호. 평범한 등굣길에 나섰던 11세 소녀 제이시 두가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길가에 멈춰 선 차량에서 내린 낯선 부부가 그녀를 강제로 끌고 갔고, 그 순간부터 소녀의 삶은 송두리째 바뀌었다.
당시 현장을 목격한 이웃 주민은 차량의 색상과 특징까지 상세히 경찰에 제보했지만, 초반 수사의 허점은 범인을 잡을 결정적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목격자가 지목한 회색 포드 차량은 이미 성범죄 전과자인 필립 가리도의 소유였다. 그러나 경찰은 DMV 자료와 범죄자 관리 시스템을 충분히 교차 검증하지 않았고, 수많은 용의자 속에서 가리도를 배제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

더 큰 문제는 가리도의 신분이었다. 그는 과거 납치와 성범죄 전력으로 가석방 상태였음에도 보호관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수차례 가택 방문이 있었지만, 뒷마당에 세워둔 컨테이너와 천막 시설은 단 한 번도 확인되지 않았다. 바로 그곳이 제이시 두가드가 18년 동안 감금·학대를 당한 장소였다.
그는 아내 낸시와 함께 두가드를 자택 뒷마당의 허름한 오두막과 텐트, 창고에 가두고 철저히 세상과 단절시켰다. 그곳에서 제이시는 지속적인 성적 학대에 시달렸고, 14세에 첫째 딸을, 17세에 둘째 딸을 낳았다. 의료 지원은 전혀 없었지만, 그는 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교육 방법을 찾아내고, 아이들을 지켜내며 버텼다. “언젠가 엄마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뜻밖의 기회, 남겨진 상처와 사회적 파장

2009년 8월, 가리도가 UC 버클리 캠퍼스에서 사이비 종교 전단을 배포하다 경찰의 의심을 받으면서 사건은 세상에 드러났다. 보호관찰소에 불려간 자리에서 제이시는 마침내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18년 전 사라진 11세 소녀가 살아 돌아온 순간이었다.
사건이 알려지자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성범죄자 관리 제도의 허술함이 도마에 올랐고,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감독 부실 책임을 인정하며 두가드 가족에 2,000만 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필립 가리도는 징역 431년, 낸시는 징역 36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의 심판은 내려졌지만, 두가드의 잃어버린 세월은 되돌릴 수 없었다.
현재, 상처를 넘어 목소리가 되다

제이시는 구조 이후 자서전 『도둑맞은 삶(A Stolen Life)』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렸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범인의 비위를 맞췄을 뿐, 그를 긍정한 적은 없다”며 스톡홀름 증후군이라는 낙인을 단호히 거부했다.
지금 그는 JAYC 재단을 운영하며 납치·감금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지원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의 상처는 지울 수 없지만, 그 경험은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경고하는 목소리로 자리 잡았다. 18년간의 지옥 같은 시간을 견딘 제이시 두가드는 이제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희망의 상징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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