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해적, 북한 선박 덤볐다가 ‘참패’…미군까지 출동한 기묘한 사건

2007년 10월 29일, 소말리아 해적들이 북한 화물선 대용단호를 습격했다가 오히려 제압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인도산 설탕을 싣고 모가디슈 항을 출발한 선박은 출항 직후 경찰로 위장한 해적들에게 붙잡혔다. 해적들은 선원들을 위협하며 선박을 자신의 근거지로 끌고 가려 했고, 몸값으로 1만5000달러를 요구했다.
그러나 상황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렀다. 해적들이 배를 움직이기 위해 기관실 선원들을 동원하자, 선원들은 배가 고장 난 것처럼 행동하며 시간을 끌었다. 그 사이 해적들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충돌 끝에 선박의 통제권은 다시 선원들 손에 넘어갔다. 이른바 ‘역관광’이었다.
총격 소리까지 울리며 상황이 격화되자, 구조 요청을 받은 미 해군 구축함 제임스 E. 윌리엄스 호가 현장에 출동했다. 미군은 대용단호에 올라 해적들을 무장 해제하고 신병을 넘겨받았다. 당시 일각에서는 북한 선원들이 해적을 바다에 던지려 하자 미군이 제지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사건 후 국제 분쟁 전문 기자 김영미 PD가 해적 소굴에 들어가 당시 이야기를 들었다. 해적들은 “칼을 든 선원들에게 총을 빼앗기고 동료를 잃었다”며 완패를 인정했다. 또 남북한의 차이를 몰라 단순히 ‘코리아’라는 이름만 보고 공격했다가 예상 밖의 저항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건은 북한과 미국이 같은 편에 서는 드문 장면을 연출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군의 협조에 감사를 표하며 이를 ‘테러와의 전쟁 협력 사례’로 언급했다. 북한이 미국을 향해 공식적으로 긍정적 메시지를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적 퇴치 소동이 아니었다. 국제 해상 치안의 불안정성을 드러냈고, 동시에 냉전적 대립 구도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협력이 가능하다는 아이러니를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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