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 위해선 푸틴과도 손잡아야? 전문가의 냉혹한 조언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한국 외교 지형에도 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 파트너로는 한국을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쉽게 말해 ‘안보는 북, 경제는 남’이라는 이중 전략이 드러난 셈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유튜브 채널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군사적으로는 북한과 손을 잡고, 경제적으로는 한국 같은 안정적인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이른바 ‘안북경남(安北經南)’ 전략을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이다. 북한에 무기를 대는 러시아와 협력하면서도 국익을 챙길 수 있느냐는 딜레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신동방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러시아 극동과 시베리아 지역의 자원, TSR(시베리아 횡단철도), 북극 항로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열겠다는 것.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국은 협력자이자 경쟁자, 인도는 생산 기반이 약해 신뢰가 어렵다. 결국 토목·건설 능력과 경제력을 갖춘 한국 같은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렇다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건 뭘까. 조 연구위원은 철도 카드를 강조했다. TSR과 TKR(한반도 종단철도)을 연결하면 부산에서 출발한 화물이 유럽까지 직통으로 갈 수 있다. 한국 물류 산업과 수출 구조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 한국 경제에 숨통을 틔웠던 것처럼, 이번에도 ‘북방 루트’가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흥미로운 건 전후 재건 시장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참여 기대감이 크지만, 조 연구위원의 시각은 달랐다. 그는 “유럽과 미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를 싹쓸이할 가능성이 크다”며 “오히려 러시아가 점령지와 자국 영토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지금은 ‘우크라이나 올인’보다는 러시아 재건 사업까지 눈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안보 리스크다. 러시아가 북한에 무기를 대고, 한국은 러시아와 경제 협력을 하겠다고 나서는 모순적 구도가 발생할 수 있다. 조 연구위원은 이 부분을 피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은 러시아에 분명히 경고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지원이 한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경제 협력의 문은 열어두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답은 냉정한 현실주의다. 그는 “지금은 동맹이 절대적인 시대가 아니다. 각자도생, 무극화 시대로 가고 있다”며 “좌우 이념에 갇히지 말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한 실용 외교가 필요하다”고 못박았다. 국방력도 경제력이 있어야 뒷받침할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잊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이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수십 년간 안보와 경제의 균형이 달라질 수 있다. 전쟁의 한가운데서 한국이 ‘살 길’을 찾을 수 있을지, 그 해답은 차갑고 현실적인 계산 위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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