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백인’ 공식, 일본 방송의 불편한 착시

「외국인, 일본에 왜?」라는 테레비 도쿄의 장수 예능을 보면 묘한 점이 눈에 띈다. 분명 ‘외국인’의 일본 여행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인데, 화면에 등장하는 얼굴은 흰 피부, 금발, 혹은 서구적 외모 일색이다. 방송국이 제공한 출연자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방송분의 외국인 출연자 중 무려 76%가 백인이었다. 정작 일본을 가장 많이 찾은 외국인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괴리는 더욱 선명하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전체 관광객의 3분의 1이었지만, 방송에 나온 한국인은 단 한 명뿐이었다.

왜 일본의 ‘국뽕 방송’은 외국인이라면서 사실상 ‘백인 외국인’만 보여줄까? 이는 단순한 시청률 전략을 넘어 일본 사회가 어떤 시선을 갈망하는지 드러낸다. 일본 대중은 아시아 이웃보다 미국이나 유럽인의 감탄과 칭찬을 통해 더 큰 자부심을 느끼는 듯하다. 마치 “서양이 인정한 일본”이라는 프레임 속에서만 자신감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이런 경향은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일본은 19세기 개항 이후부터 ‘정체성 혼란’의 반복 속에 살아왔다. 메이지 유신 당시 서양 문물을 대대적으로 수입했지만, 동시에 ‘야마토 다마시(大和魂)’라는 고유 정신을 만들어내며 자신만의 특별함을 강조하려 했다. 서구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조급함과, 아시아 국가들과 자신을 구별하려는 의식은 일찍이 일본 사회에 뿌리내렸다.

결정적 전환점은 제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였다. 미국은 냉전의 전초기지로 일본을 활용하기 위해, 일본 이미지를 ‘재가공’했다. 하버드대의 에드윈 라이샤 같은 학자들을 내세워 일본을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민주적인 국가’로 포장했다. 전쟁 책임을 짊어져야 할 천황은 순식간에 ‘평화를 바란 지도자’로 변신했고, 국민의 고통을 강요하던 권위주의적 관습은 ‘아름다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재해석됐다. 결국 오늘날 세계가 소비하는 ‘쿨재팬’ 이미지 상당수는, 미국이 만들어낸 반공(反共) 전략의 산물인 셈이다.

문제는 일본 스스로도 그 이미지에 중독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세련되고 특별하다”는 자의식은 아시아를 내려다보는 태도로 이어졌고, 이는 방송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실제 관광객은 한국·중국·동남아가 절대다수인데도, 일본의 카메라는 유독 백인 여행자에게만 집착한다. 이는 단순한 연출이 아니라, 일본이 여전히 서구의 시선 속에서만 자신을 확인하려는 ‘오리엔탈리즘의 자기복제’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질문은 이렇다. 일본이 자랑하는 ‘고유 정신’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는가? 아니면 미국이 설계하고 서구가 소비하기 좋은 이미지일 뿐인가? ‘국뽕 방송’에 웃고 있는 백인 관광객들의 모습은, 어쩌면 일본이 아직도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서구의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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