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하는 환자, 두드림으로 SOS… 소방대원 센스가 만든 기적

“고맙습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말씀 없으시면 전화 끊겠습니다.”
일반적이라면 곧바로 끝났을 신고 전화였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이상한 리듬, 마치 말 대신 무언가를 두드리는 듯한 소리가 소방대원의 귀를 붙잡았다. 말 한마디 할 때마다 ‘탁’, 또 말이 끝날 때마다 ‘탁’—이상하게도 일정한 박자가 이어졌다. 순간, 단순 장난전화가 아닌 심상치 않은 상황일 수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걸려온 전화. 상대는 여전히 말을 하지 못했고, 대신 미약한 소리와 두드림이 들릴 뿐이었다. 당황스러운 정적 속에서 소방대원은 단서를 찾으려 애썼다. “의미가 필요하면 한 번 두드리고, 아니면 두 번 두드려 주세요.”, “몸이 아프면 한 번, 집에 있으면 두 번”이라며 즉석에서 의사소통 방식을 만들어냈다. 상대는 작은 두드림으로 반응했다. 그는 집에 있다는 신호를 보냈고, 곧이어 본인 집이냐는 질문에도 명확한 신호를 보냈다.

이 신고 전화를 받은 이는 김연근 소방장이었다. 그는 순간 과거 신고 이력을 조회했고, 놀랍게도 이 전화의 주인공이 후두암 환자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말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60대 남성은 집에서 홀로 응급 상황에 빠져 있었고, 목소리를 낼 수 없자 필사적으로 수화기 너머로 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그 몇 분이 생사를 갈랐다. 소방장은 즉시 구급대를 출동시켰고, 환자는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만약 이 전화가 단순 무응답으로 끊겼더라면, 누군가의 생명은 조용히 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작은 두드림 소리를 끝까지 포착하고, 의미를 읽어내고, 과거 기록까지 떠올려 대응한 덕분에 한 사람의 삶이 지켜졌다.
우리 사회가 종종 비난과 냉소의 시선을 던지곤 하는 공무원 자리. 그러나 이런 한 순간의 직감과 센스, 그리고 시민을 향한 책임감이 때로는 수천만 원짜리 장비보다 강력한 생명줄이 된다. 김연근 소방장의 기민한 판단은 그 사실을 여실히 증명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