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맨틀에서 솟아오른다? 무한 자원설의 등장

“석유는 곧 고갈된다”—수십 년간 반복된 경고지만, 예언은 번번이 틀렸다. 석유의 정체와 미래를 두고 과학계와 산업계에서 다시 논쟁이 뜨겁다.
먼저 대중이 믿어온 ‘공룡 석유’ 신화는 사실과 다르다. 석유의 원료는 거대한 공룡이 아니라 수억 년 전 바다에 살던 미세한 식물성 플랑크톤과 조류다. 이들의 사체가 무산소 환경에서 퇴적·압축돼 탄화수소로 변한 것이 오늘날의 원유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무기 기원설’을 주장한다. 석유는 생명체 잔해가 아니라 지구 맨틀에서 계속 솟아오르는 자원이라는 것이다. 생명체가 없는 토성의 위성 타이탄의 메탄 바다, 화강암 지대에서 발견된 대규모 유전은 이 가설에 힘을 실었다.

석유는 단순한 연료를 넘어 문명을 바꿔왔다. 19세기 고래 기름을 대신해 상업화된 뒤, 포드 자동차의 대중화로 가솔린 수요는 폭발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의 승패에도 석유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1973년 오일쇼크는 석유가 세계 경제를 멈출 수 있는 무기임을 보여줬다. 그리고 ‘페트로달러’ 체제가 출범하며 석유는 미국 달러의 가치를 지탱하는 숨은 기둥이 됐다.

오늘날 석유는 여전히 세계의 엔진이다. 자동차·비행기 연료뿐 아니라 플라스틱, 합성섬유, 비료, 의약품, 아스팔트까지 우리의 일상에 스며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전기차 같은 친환경 기술조차 석유 화학 소재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고갈은 올까. 답은 기술이다. 셰일 혁명은 땅속 깊은 자원을 끌어올리며 미국을 최대 산유국으로 만들었다. ‘피크오일’은 매번 예언됐지만 혁신 앞에 무너졌다. 자원의 가치는 매장량이 아니라 기술로 결정된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석유의 문제는 ‘있다 없다’의 단순한 논리가 아니다. 에너지 안보, 경제성, 환경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택할지의 문제다. 검은 황금은 아직도 우리 곁에 있고, 인류는 이제 어떤 대가를 치르고 어떤 미래를 선택할지 답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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