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된 계정까지 털려도 환불 없다… 소비자 등 돌린 애플

‘아이폰 17 주문 확인’이라는 제목의 메일 한 통이 수많은 사람들의 지갑을 털어가고 있다.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피싱 범죄는 애플 결제 화면과 똑같이 위장된 메일을 보내, 사용자가 클릭만 하면 순식간에 계좌를 털어가는 방식이다. 특히 충격적인 건, 피해자가 애플에 환불을 요청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환불 불가”라는 차가운 답변뿐이라는 점이다. 범죄자들의 교묘한 수법과 기업의 무책임한 대응이 겹치면서 피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피싱 메일의 수법은 치밀했다. 발신자 이름을 ‘Apple’로 설정해 소비자가 의심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메일에는 “아이폰 17 주문 내역을 확인하시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문제는 ‘아니오’를 클릭해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이 버튼을 누른 순간 애플 계정이 해킹되고, 곧바로 무단 소액 결제가 이루어진다.

실제 피해 사례도 속출했다. 아이폰을 쓰는 40대 남성 김모 씨는 지난 20일 새벽 이 메일을 받았다. 발신자 이름은 애플이었지만 실제 메일 주소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김씨는 안내에 따라 ‘아니오’를 클릭했고, 비밀번호까지 바꾸며 안전하다 생각했다. 그러나 같은 날 밤, 연이어 문자 메시지가 쏟아졌다. 3,300원, 33,000원, 55,000원… 결제 금액은 점점 커졌고, 불과 20분 만에 4건의 소액 결제가 줄줄이 찍혔다. 카드사에 급히 연락했을 땐 이미 200만 원 이상이 빠져나간 뒤였다.

사건의 허탈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결제된 계정은 무려 20년 전 개설된, 지금은 사용조차 하지 않는 애플 계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은 피해자 김씨의 환불 요청을 거부했다.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은 채 “환불 불가”라는 통지만 반복했다. 이용자들은 단순한 범죄 피해가 아니라, 기업의 무책임이 더해진 이중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소액 결제 피싱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발신자 이름만 믿고 클릭하지 말 것”, “메일 속 링크를 절대 누르지 말 것”, “비밀번호나 카드 번호를 요구하면 무조건 피할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애플이 소비자 보호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지금, 개인의 주의만으로는 피해를 막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