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선택: 동맹은 도구, 국익이 주어—R&D 없인 바다도 못 지킨다

미 해군과 중 해군이 서해에서 맞붙는다면? 상상만으로도 두렵다. 그러나 현실의 전장은 숫자 놀음이 아니다. 핵심은 노하우, 항모 운용, 보급, 그리고 ‘거부구역’을 둘러싼 두뇌 싸움이다. 방송에서 조한범·이세환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힘을 과시할 것”이라는 통념을 정면으로 깨뜨렸다. 결론부터 말하자. 미·중이 정면 회전을 벌일 가능성은 낮고, 설령 국지 충돌이 나더라도 중국의 목표는 태평양 진출이 아니라 천해리(약 1,800km) A2/AD, 즉 반접근·지역거부 띠를 두르고 “들어오지 마”를 강요하는 데 있다. 미국은 매일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그 선을 밟는다.

항모 얘기로 들어가 보자. 현대 항공모함은 바다 위 공군기지가 아니다. 대지(對地) 장거리 타격력을 실은 이동식 살상 플랫폼이다. 그 임무를 온전히 수행하려면 10만 톤급 니미츠·포드급이 정답이다. “56만 톤이면 60%쯤 되겠지?” 착각이다. 스키점프형에서 이륙한 전투기의 무장·사정거리·출격률은 CATOBAR의 발끝도 못 따라간다. 미국은 항모 전단 11개, 동시에 투입 가능한 전단도 상시 23개다. 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넘겨받은 바랴크 개조형 랴오닝, 그 복제인 산둥, 그리고 8만 톤급 전자식 사출(EMALS) 흉내를 낸 푸젠이 있지만, EMALS는 미국도 포드급에서 고생한 난제였다. 핵추진도 아닌 푸젠에 제대로 얹혀 돌아갈 리 있느냐는 회의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끊이지 않는다. 게다가 해군함은 상선과 다르다. 다중 격실·충격·화재·침수 대응을 전제로 설계된 ‘데미지 컨트롤’이 생명이다. 중국 군함을 타본 이들의 증언처럼 상선 규격에 가깝게 찍어내면, 맞고 살아남는 전함이 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중국 함정 수량은 2016년부터 미국을 추월했다. 지금은 370척+α 대 295척 수준. 하지만 “많다=강하다”는 성립하지 않는다. 중국의 건조 방식은 초도함으로 시행착오를 먹고 체득하는 대신, 같은 급을 두 척씩 찍고 문제점을 다음 두 척에서 고치는 ‘압축 성장’식이다. 속도는 빠르지만, 경제성·완성도·운용 노하우 축적이 비틀린다. 상륙작전 능력은 더 냉혹하다. 1949년 이후 실전 경험이 없고, 대만은 수십 년간 대함미사일과 초수평선 방어를 깔아놨다. 동부는 산악, 서부는 개펄·천해. 상륙교두보 확보의 확률은 냉혹하게 낮다. “결국 점령한다 해도 팔·다리 하나는 잘려 나간다”는 말은 허세가 아니라 계산이다.
미국은 중국의 천해리 거부구역을 바깥에서 깨는 법을 연구 중이다. 첫째, 유령함대—대형·중형 무인수상정(USV). 둘째, 전술기·함재기에 초장거리 스탠드오프 미사일을 달아 궤도 밖에서 두들긴다. 셋째, 공중급유의 무인화. 무인 급유기가 떠 있다는 건 정확한 자율타격 드론이 하늘을 배회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이 질색할 대목이다.

서해는 더 복잡하다. 수심이 낮고, 중국 연안과 너무 가깝다. 중국이 구조물을 슬그머니 올리고 분쟁수역화를 노리는 전형적 ‘샐러미 슬라이싱’이 반복되지만, 서해를 군사적 분쟁화하면 중국도 불리하다. 미국 함대가 서해로 들어오는 순간, 감당해야 할 비용이 폭등한다. 그래서 외교·법적 대응과 병행해 우리도 현장 행동 옵션을 키워야 한다. 아울러 중국은 주변에 친구가 적다. 필리핀·베트남이 군비증강에 나서고, 필리핀은 한국산 호세 리살급 신조함을 들였다. 찝쩍대면, 다 무장한다. 국제정치는 작용·반작용이다.
핵과 에너지의 식은 계산도 필요하다. 중국은 20년 내 핵탄두 1,500발을 노린다. 유지·현대화 비용은 눈이 휘둥그레질 규모다. 미국은 향후 10년 매년 1천억 달러를 핵전력 유지·개선에 태운다. 핵은 만드는 것보다 ‘유지’가 더 비싸고 어렵다. 중국의 에너지 자급률 86% 주장도 수력·풍력·태양광을 다 끌어모은 수치다. 전쟁은 디젤·제트연료로 굴러간다. 바람 멎으면 탱크 멈춘다. 러시아는 최소한 식량·자원 자급이 가능하지만, 중국은 다르다.

한국의 과제는 명확하다. 느슨한 진영 경쟁 속 각자도생의 시대다. 동맹은 도구이고, 핵심은 ‘한국 국익 중심의 전략적 명확성’이다. 한미동맹을 정교하게 운용하되, 유럽·중동·인도양까지 시야를 넓힌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 핵심이익과 목표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국제경쟁력 지수는 22위에서 27위로 추락했다. 인구절벽과 함께 급강하를 막을 에어브레이크는 R&D, 엔지니어, 과학기술 투자다. 초등 때부터 ‘이과=의대’로 수렴하는 사회라면 기술·산업의 심장이 멎는다.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돈으로 푼다—이게 자본주의의 냉정한 룰이다. 국방력은 튼튼히, 기술력은 미친 듯이 키워라. 그게 서해에서, 대만해협에서, 그리고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버티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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