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한 소환하면 관광부터 깨진다 — 타카이치가 잃을 게 더 많다

일본 정치의 규칙이 깨졌다. ‘여성 아베’ 타카이치 사나에가 총리에 오르면서, 외교와 역사 인식의 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트럼프 앞에서 관세 재협상을 요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재팬 퍼스트’와 ‘아메리카 퍼스트’가 마주 앉는 순간 공기는 얼어붙을 것이다. 트럼프 특유의 거래 본능 앞에서 타카이치의 정치 감각이 통할지, 일본 내부에서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문제는 이 장면이 단지 관세 협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야스쿠니 참배, 독도 행사, 센카쿠(댜오위다오) 문제 등 역사와 영토의 모든 화약고가 동시에 꿈틀대고 있다.
야스쿠니를 참배하면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까지 반응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 정부 시절 부통령이던 바이든이 아베의 참배에 “대실망했다”고 언급했던 전례가 있다. 트럼프가 무심할지 몰라도, 미 의회와 언론이 가만있진 않는다. 게다가 일본 내부의 현실은 10년 전과 다르다. 혐한 시위를 주도했던 극우 단체 ‘제특회’는 힘을 잃었고, 젊은 세대는 한류에 익숙하다. 거리에서 “조센징은 죽어라”를 외치던 풍경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만약 타카이치가 이를 정치 도구로 다시 꺼내든다면, 역풍은 일본 안에서 먼저 터질 가능성이 높다.

관광 대국을 외친 아베는 우익이면서도 외국인 유입에는 적극적이었다. 그 덕에 일본은 연간 4천만 명의 여행객을 유치했고, 막대한 관광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타카이치가 반(反)외국인 정서를 자극하면 이 시스템부터 무너진다. 관광은 일본 경제의 산소줄이다. 여론을 결집하기 위해 혐오를 부추기는 순간, 수익 구조 자체가 흔들린다. 지금 일본 경제는 감세·물가·임금의 삼중 딜레마 속에 있다. 우익 지지층을 달래는 레토릭이 내치의 현실과 충돌할 때, 타카이치는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한일 관계의 향배는 의외로 서울이 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이후 노선을 분명히 바꿨다. “역사는 역사대로, 협력은 협력대로”라는 투트랙 실리 외교. 감정 대신 이익을, 보복 대신 계산을 택한 것이다. 덕분에 일본이 한국을 손쉽게 ‘정치의 적’으로 삼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중국·러시아·북한이 밀착하는 와중에, 한미일 공조의 균열은 일본의 외교적 자살 행위다. 타카이치가 한국을 자극할수록, 일본은 고립의 수렁으로 빠진다. 그래서 손발이 묶였다.

결국 타카이치는 ‘상징적 도발’과 ‘실질 협력’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우익의 환심을 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국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중국과의 대립이 격화될수록 한국은 필요하다.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수록 일본은 한국을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대결의 들러리’를 거부할 것이다. 그래서 타카이치는 끝내 함부로 나서지 못한다. 역사 문제를 휘둘러 지지율을 올리던 과거의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타카이치 내각의 수명은 길어야 1년 반이다. 물가가 오르고 경제가 흔들리면 우익의 구호도 힘을 잃는다. 한일 관계의 큰 충돌은 없겠지만, 미묘한 신경전은 계속될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일본이 쉽게 밀어붙이지 못한다. 시대가 변했다. 타카이치가 아베의 그림자를 밟으려 할수록, 현실 정치의 벽은 더 높아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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