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는 살 수 있었다”… 군의 타이레놀 처방이 만든 비극

한 어머니가 꽃다운 나이, 군에서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맞이한 아들의 무덤 앞에서 절규하고 있다. “우리 애는 살 수 있었다고… 이게 뭐냐고, 이게 뭐냐고 이게…”
2011년, 입대한 지 33일 만에 세상을 떠난 훈련병 노우빈. 그는 충분히 살 수 있었지만, 비정상적인 군 의료 체계 때문에 생을 마감했다.

훈련 당시 노우빈은 논산 훈련소에서 열과 두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진료는 받지 못했다. 당시 의무실에서는 전문 군의관의 진료 없이 타이레놀 두 알만 처방됐다.
이후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자 군은 그를 규정에 따라 1차 의무실 → 2차 의무대 → 3차 군 병원으로 단계적으로 이송했다. 그러나 이 과정이 길어지면서 골든타임을 놓쳤고, 결국 그는 세상을 떠났다.
뒤늦은 부검 결과, 사인은 뇌수막염이었다. 더욱 충격적인 건, 불과 며칠 전에도 같은 부대에서 한 훈련병이 뇌수막염 의심 증상으로 후송된 적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경고 신호는 있었지만, 군은 같은 증세를 보인 노우빈에게 단순 감기라며 약만 건넸다. 결과적으로 체계적인 의료 대응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셈이었다.

어머니는 “그날 밤 열이 너무 높아서 아이가 정신을 잃었는데, 의무실은 조치가 늦었다”며 눈물을 삼켰다. “우리 애는 살 수 있었다”는 그 말은 단순한 한풀이가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사실이었다. 뇌수막염은 초기에 항생제 치료를 하면 살 수 있는 질병이지만, 군의 지연된 대응이 결국 한 생명을 앗아갔다.
이 사건은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졌지만, 어머니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군피해치유센터 ‘함께’를 만들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지금도 군의료 체계 개선을 요구하며 군의관 공백, 진단 지연, 단계별 전원 시스템의 문제를 끊임없이 알리고 있다.
노우빈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시스템의 실패였다. 예방할 수 있었던 죽음, 치료할 수 있었던 병. 21세기에 와서도 대한민국의 군 의료체계가 미완성이라는 증거다. 열이 난 훈련병에게 약 두 알만 건넨 그날의 선택은, 66조가 넘는 국방바를 지출하는 5대 군사강국 대한민국의 후진적인 구조를 여실히 드러내는 부끄러운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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