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접었던 LG, 반전은 휴머노이드?

LG가 전 세계를 놀라게 한 휴머노이드 로봇 회사 피규어AI에 투자했다. 이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엔비디아, 아마존, 인텔, 퀄컴 등 세계 최고 기술 기업들로부터 투자받은 곳으로, 지금 몸값만 50조 원이 넘는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LG가 합류했다. 왜일까? LG는 스마트폰 사업을 접은 이후 “다음 세대 기술의 중심에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 답은 로봇이다.

LG는 가전 분야의 강자다. 냉장고, 세탁기, TV로 이미 전 세계 가정에 들어와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잃은 뒤 사람들의 ‘일상 속 접점’이 사라졌다. 그래서 LG는 가전과 AI 로봇을 결합해 다시 집 안으로 들어가는 전략을 세웠다. 예를 들어, 집안일을 도와주는 로봇, 빨래를 개고, 택배를 받고, 서빙을 하는 로봇 말이다. LG는 직접 로봇을 만들기보다, 로봇 회사에 부품과 기술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쉽게 말해, 로봇 시대의 ‘TSMC’, 즉 로봇 부품의 절대 공급자가 되려는 것이다. 모터, 배터리, 카메라, 디스플레이 등 LG의 기술이 로봇 안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다.
피규어AI의 로봇은 단순히 명령을 듣는 기계가 아니다. ‘헬릭스’라는 AI 시스템이 탑재돼 있어 사람처럼 보고, 듣고, 판단하며 움직인다. 예를 들어 “상자를 옮겨”라고 하면 로봇이 주변을 스스로 파악하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실행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한 상자를 옮기는 데 5초 걸렸지만, 지금은 4초대로 줄었다. 스스로 학습하며 점점 빨라지고 정확해지는 것이다. 피규어AI가 만든 최신 로봇 ‘피규어 3’은 사람 키와 비슷한 176cm, 무게 61kg로, 5시간 동안 일할 수 있다. 충전도 스스로 한다. 바닥에 충전 코일이 있어 서 있기만 해도 충전된다.

이 로봇은 실제로 식당에서 서빙하거나, 창고에서 물건을 옮기거나, 가정에서 빨래를 개는 모습이 공개됐다. 사람 대신 단순 반복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쿠팡, 마트, 병원, 호텔 같은 곳에서 이 로봇을 사용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전문가들은 “화이트칼라를 대체한 GPT가 사무실의 변화를 만들었다면, 이 로봇은 공장과 매장의 판을 바꿀 것”이라고 말한다.
LG는 이 흐름 속에서 현실적인 선택을 한 셈이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로봇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기보다는, 전 세계 로봇에 LG의 부품과 기술을 공급해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이미 센서, 배터리, 반도체 같은 핵심 부품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탁기에서 로봇으로, 가전의 시대를 넘어서 로봇 시대를 준비하는 LG. 언젠가 우리 집 세탁기를 개는 로봇이 “빨래 끝났습니다”라고 말하는 날이, 진짜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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