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500만 원, 그러나 남은 건 권력의 냄새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아내 이민정 씨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가족 이슈’가 아니라, 권력과 재벌, 그리고 사적 네트워크가 어떻게 뒤엉켜 작동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았다.
1966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우병우는 학창 시절부터 남달랐다. 본인이 불만 있는 교사를 교체해 달라고 직접 교장에게 요구하는가 하면, 서울대 법대에 진학해 만 20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최연소 합격자라는 타이틀과 국비 장학생 이력은 그의 출발선을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후 검사로 승승장구하며 청와대 민정수석 자리까지 올랐다. 하지만 그와 함께 세간의 관심을 모은 건 바로 그의 배우자 이민정 씨였다.

이민정은 재벌급 집안 출신으로, 그녀의 아버지 이상달 씨는 과거 경찰 고위층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업 기반을 다진 인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그가 최순실의 아버지 최태민과도 막역한 사이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어머니 김장자 씨 또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정황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가족 전체가 ‘권력 로비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었다는 시선이 뒤따랐다.
이민정 본인 역시 여러 혐의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아버지가 운영하던 골프장 인근의 토지를 차명으로 보유했다는 의혹, 공직자 재산신고 누락, 가족 회사 명의의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사용한 정황 등이 잇따라 보도됐다. 검찰은 탈세 및 횡령 혐의로 소환을 요구했으나, 한동안 이민정은 출석을 미루었다. 그러나 남편 우병우가 청와대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검찰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권력의 그림자에 숨어 있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녀는 “남편의 공직생활에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자숙해왔다”고 해명했지만, 법원은 이민정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경미한 처벌이었지만, 대중은 납득하지 못했다. 수사 시점과 출석 시기의 절묘한 타이밍, 가족 기업을 통한 사적 이익 논란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으로 남았다.
우병우가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그의 가족은 보호막 안에 있었고, 그가 추락하자 방패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사건은 권력과 가족, 그리고 사적 인맥이 얽힌 한국식 권력 구조의 민낯을 다시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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