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북한 장마당을 통해 확산…젊은 세대의 의식 변화에 북한 정권 예의주시

2일 유튜브 채널 ‘떠먹여주는TV’에 출연한 탈북자 출신의 북한연구소 연구원 박유성은 현재 북한의 장마당에서 K-콘텐츠가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고 전하며, 이것이 북한 정권에 큰 위협으로 다가올 것임을 예고했다.
1990년대 초 소련 붕괴 이후 외부 정보 유입이 늘면서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북한에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K팝, 드라마, 영화 등은 북한 주민들에게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초기에는 국경 지역 도시를 중심으로 유입되던 것이 USB, 메모리 칩 등을 통한 디지털 기기 보급으로 내륙까지 퍼져나갔다.
2000년대 이전에는 장마당에는 일본 제품이 인기를 끌었으나, 2000년대 이후 중국을 통해 유입된 한국 제품이 전압, 언어, 사용 설명서 등의 편리함으로 인해 비누, 손톱깎이 등 소소한 생필품부터 화장품, 샴푸, 의류에 이르기까지 북한 주민들의 선호도가 급상승했다. 한국 제품은 타 제품 대비 2~3배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높은 품질로 인해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K-드라마의 영향으로 북한 여성들은 메이크업, 헤어스타일, 패션뿐만 아니라 말투까지 따라하며, 과거 직설적이었던 고백 방식 대신 돌려 말하는 로맨틱한 표현 방식을 배우고 있다. 또한, 쌍꺼풀 수술이나 양악 수술 등 미용 시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과거 통통하고 배 나온 남성상이 미남형으로 여겨졌던 것과 달리, K-드라마의 영향으로 갸름하고 날씬한 외모가 선호되는 등 미적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건강한 피부 톤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여, 과거 노동 계층으로 여겨졌던 까만 피부보다는 건강미 넘치는 피부가 주목받고 있다.

국가에 대한 헌신보다 개인의 생존과 이익을 우선시하는 자본주의적, 개인주의적 성향이 젊은 세대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과거 국가의 동원에 적극 참여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강제 노역 등을 기피하고 개인의 삶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북한 당국은 K-콘텐츠 및 한국 제품의 유입과 확산을 강력하게 단속하고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수요는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어 희소성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김정은 정권은 한국이 잘산다는 공식적인 교육을 중단하고,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교육 대신 남북이 완전히 다른 두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는 과거와 같은 선전이 더 이상 주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 지도부가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 사회는 ‘배급 세대’와 ‘미공급 세대(장마당 세대)’로 나뉜다. 1970년대 초까지 북한은 소련과 경제적으로 경쟁하며 주민들이 일한 만큼 국가로부터 배급을 받아 비교적 풍족한 삶을 살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국가의 배급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주민들은 스스로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배급 세대는 과거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았던 경험 때문에 국가에 대한 희미한 미련과 충성심이 남아있어, 당국의 지시에 어느 정도 순응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비해 장마당 세대는 국가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스스로 살아남아야 했던 경험 때문에 국가에 대한 불만이 크며, 냉철하게 자신의 생존에만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K-콘텐츠와 외부 문물에 더욱 개방적이며, 기존의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귀속 의식이 희박하다.
현재 북한 사회는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려 하지만, 사회의 흐름은 자본주의화되는 ‘변종 사회’의 특징을 보인다. 국가가 정한 국정 가격과 시장 가격의 큰 괴리, 임금으로는 쌀 한 킬로그램도 살 수 없는 현실 등 모순적인 구조 속에서 주민들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북한 당국은 이러한 상황을 통제하려 하지만, 자본주의화되는 사회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북한 주민들, 특히 젊은 세대가 한국 드라마와 K팝에 열광하며 스스로의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은 북한 정권의 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앞으로 북한 주민들이 한국 문화의 지속적인 유입과 북한 당국의 강압적인 통제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그리고 이것이 북한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가 주목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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