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토종 작물, 수입산에 밀려 설 곳 잃은 비극

한국의 토종 작물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대거 사라지거나 해외로 유출됐다. 1970년대 이후 다수확 품종이 도입되면서 수확량이 적고 재배가 까다로운 토종은 경제성에서 밀려 급격히 자취를 감췄다. 토종 고추와 벼는 개량종에 밀렸고, 한때 홍천 등지에서 50톤 이상 생산되던 토종 홉(Hop)도 수입산에 밀려 국내에서 사라졌다.
기적의 부활, 홍천의 농부가 되살린 ‘토종 홉’

이처럼 사라진 줄 알았던 토종 홉을 강원도 홍천의 한 농부 연충흠 씨가 기적적으로 되살려냈다. 그는 우연히 야산에서 발견한 호프 뿌리를 지난 10년간 끈기 있게 복원하는 데 매달렸다. 홉은 맥주의 향과 풍미를 결정하는 필수 원료로, 솔방울 모양의 열매 속에는 맥주 맛의 핵심인 쌉쌀한 루플린(Lupulin) 꽃가루가 들어있다.
연충흠 씨는 강원도 홍천에 ‘숲 농장’을 조성한 43년 차 농부이기도 하다. 그는 농업에 감성을 더한다는 철학으로 농토에 울창한 자작나무를 심고, 그 아래 다양한 토종 식물을 함께 길러내며 자연과 공존하는 농업 방식을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철학이 토종 홉 복원의 근간이 되었다.

연씨의 노력 끝에 현재 홍천 지역 9개 농가가 이 토종 홉 재배에 다시 뛰어들었다. 수입산에 밀려 멸종 위기에 처했던 토종 작물이 농부의 집념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농부들은 그동안 재배 방법 정립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마침내 기계의 도움을 받아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땀과 결실로 빚어낸 ‘나만의 맥주’

수확을 마친 농부들은 현장에서 직접 수제 맥주 만들기를 체험하며 하루의 고단함을 씻었다. 보리 등을 발아시켜 만든 메가와 자신이 직접 키운 토종 홉을 넣고 끓여 발효시킨 맥주는 이들이 땀 흘려 얻어낸 노력의 결실이었다. 연충흠 씨는 “이곳에서 행복을 느낀다”며 토종 호프 복원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사라진 유전자원을 지켜낸 이들의 집념이 우리나라 맥주 산업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토종 작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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