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cm짜리 토종 곤충이 외래종 제국을 무너뜨렸다

한때 전국을 뒤덮었던 붉은 날개의 악몽, 중국 꽃매미. 감나무와 포도밭, 대나무숲을 초토화시키던 그 해충은 한동안 한국 농민들의 공포였다. 2005년 천안에서 처음 출현해 불과 몇 년 만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한 마리가 수백 개의 알을 낳는 번식력, 수액을 빨아먹으며 나무를 말려 죽이는 식성, 그리고 농약조차 비껴가는 생존력. 전 세계가 두 손 들었던 외래종이었다. 미국도, 일본도 방제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부터 꽃매미가 자취를 감췄다.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사라진 것이다.
그 배후에는 ‘자연의 암살자’라 불리는 존재가 있었다. 이름도 생소한 꽃매미벼룩좀벌. 이 미세한 곤충이 한국 생태계의 균형을 되찾은 주역이다. 25년 전 한국의 한 연구진이 꽃매미의 알 위에 자신의 알을 낳는 벼룩벌을 발견했다. 그 유충은 자라면서 꽃매미의 알을 파먹는다. 다시 말해, 해충의 씨를 그 자리에서 먹어치우는 생태계의 복수자다. 연구진은 이 종을 인공 번식시켜 전국에 방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 가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꽃매미의 알이 하나둘 사라졌고, 그 많던 유충도 이듬해 봄엔 자취를 감췄다. 살아남은 성충조차 여유롭지 않았다. 참새, 사마귀, 거미까지 줄줄이 덤벼들었다. 천적들의 자연연합이 형성된 것이다. 생태계가 스스로 균형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 후, 한국에서 꽃매미는 ‘멸종 수준’으로 줄었다. 해외에서는 아직도 골칫거리로 남아 있지만, 한국만은 유일하게 이 외래종의 침공을 완전히 종식시켰다.
이건 단순한 방제 성공이 아니다. 인간과 자연이 협력해 생태계를 복원한 드문 사례다. 농약이나 기계가 아닌, 토종 생명체가 외래종을 제압한 것이다. 더 놀라운 건 그 과정이 인위적인 살포나 파괴가 아니라, ‘살려서 지키는’ 방식이었다는 점이다. 한국은 벼룩벌을 생태 방제 시스템의 일부로 통합했고, 그 덕에 산림 피해와 농가 손실이 동시에 줄었다. 이 방식을 전 세계 곤충학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한 이유다.
지금도 미국과 일본은 여전히 꽃매미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농작물 피해액만 수조 원대다. 하지만 한국은 이미 그 전쟁을 끝냈다. 지하에서 벌어진 작은 곤충의 전쟁은 거대한 생태학적 혁명으로 남았다. 이 작은 벼룩벌 한 마리가 증명했다 — 무차별적 살충보다, 자연의 복원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결과, 한국은 전 세계가 실패한 문제를 ‘자연의 방식’으로 해결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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