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째 멈춘 시계, 살아 있는 사형수 원언식의 오늘

1990년대 초, 한 남자가 인생 전체를 불태웠다. 이름은 원언식, 올해로 68세. 그는 지금도 광주교도소의 좁은 독방에 있다. 30년 넘게 사형수 신분으로 살아온, 대한민국 최장기 수형자다.
1957년생인 원언식은 평소 주변에서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 불렸다. 온화하고 성실한 사람이었지만, 그를 파국으로 몰고 간 건 가족의 무너짐이었다. 어느 날부터 아내가 여호와의 증인 신앙에 깊이 빠지기 시작했다. 예배 참석으로 집을 자주 비우며 남편과의 대화도 끊겼다. 처음엔 설득하려 했지만, 점차 분노와 절망이 뒤섞였다. 술로 버티던 그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사건이 벌어진 날, 퇴근한 원언식은 집에서 또다시 싸움을 했다. 아내는 왕국회관으로 예배를 갔고, 두 어린 딸은 집에서 울고 있었다. 그 순간, 원언식의 내면이 무너졌다. 그는 주유소로 향해 휘발유 10리터를 구입한 뒤 왕국회관으로 향했다. 안에는 신도 아홉 명이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문을 연 그는 아무 말 없이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를 켰다. 불길은 순식간에 예배당 전체를 삼켰고, 피하지 못한 신도 15명이 숨졌다.
그는 현장에서 체포됐다. 재판에서도 “정신이 무너졌다”는 말 외에는 변명하지 않았다. 1993년 대법원은 사형을 확정했다. 하지만 그 판결은 끝이 아니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을 사실상 집행하지 않았다. 원언식은 교도소 안에서 늙어갔다. 2005년, 간암 말기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로 간 일부를 잘라내 완치 판정을 받았다. 사형수로서 죽을 기회조차 잃은 셈이었다.
그의 하루는 단조롭다. 새벽 점호, 배식, 청소, 침묵. 텔레비전으로 세상 뉴스를 보지만 그에게 세상은 멈춰 있다. 30년 넘게 흘렀지만, 그의 시간은 여전히 1993년에 머물러 있다. 교도소 안에서 그는 자신이 왜 살아 있는지 묻는다. 법은 그를 죽이지 않았고, 세상은 그를 잊었다. 원언식은 지금도 ‘살아 있는 사형수’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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