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확인은 본인 책임’ 서울대의 한 문장에 무너진 인생

1996년 초,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 추가 합격자 명단에 ‘유은이’라는 이름이 올랐다. 그러나 그 주인공은 자신의 합격 사실을 끝내 알지 못했다. 당시 열아홉 살이던 유 양은 전주 기전여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를 향한 두 번째 도전에 성공했지만, 그 기쁨은 한 통의 전화조차 걸 수 없던 현실 앞에서 무너졌다.
그의 집은 이미 전화가 끊긴 지 20일이 넘은 상태였다. 노점상을 하며 네 남매를 홀로 키우던 어머니는 밀린 전화요금을 낼 형편이 되지 않았다. 서울대는 추가 합격자에게 전화로 개별 통보를 했지만, 연결음조차 닿지 않았다. 불안했던 유 양은 공중전화로 네 차례나 학교에 문의했지만, “합격자 통보는 이미 끝났습니다”라는 답변만 반복됐다.

며칠 뒤, 그는 자신이 추가 합격자였으며, ‘미등록 처리’로 입학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머니와 함께 서울대로 달려가 사정을 호소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단호했다. “합격 여부를 확인할 책임은 수험생에게 있습니다.” 그 한 문장으로 모든 희망은 닫혔다.
두 모녀는 교문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발길을 돌렸다. 그 모습을 담은 당시 뉴스 영상은 전국에 전파를 탔고, “가난 때문에 서울대에 갈 수 없었던 학생”이라는 제목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 네차례나 전화를 했음에도 원칙만 내세울 뿐 자세한 안내조차 하지 않은 그 시절 무신경한 학교측의 태도는 논란이 되었다.

사건 이후에도 서울대와 교육부는 규정을 바꾸지 않았다. “개별 통보의 원칙은 동일하다”는 입장만 남았다. 이 사건은 1990년대 한국 사회가 가난한 이들에게 얼마나 냉정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기록으로 회자된다. 다행이도 유은이 양은 애초에 합격했던 고려대학교 통계학과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을 통해 그녀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고려대학교는 유은 양에게 4년간 등록금 전액 면제를 포함한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진학 이후 그녀의 삶에 대한 내용은 알려진 바가 없다. 관련 콘텐츠에 대해 한 네티즌은 “그시절 통계학과라면 더 좋은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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