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지로 세계 8강까지…현대가 며느리의 의외의 능력

재계 최정점인 현대가의 며느리가 국가대표 선수로 활동한 사실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브리지 게임 국가대표 김혜영의 삶을 따라가 보면, 단순한 재벌가 스토리라고 넘길 수 없는 의외의 행보가 숨겨져 있다. 그녀는 정주영 현대 창업주의 칠남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아내이자 부국섬유 창업주의 딸로, 1982년 중매로 결혼하며 현대가의 일원이 됐다. 결혼 직후 그녀에게 주어진 삶은 현대가 특유의 엄격함이 깃든 일상이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시댁의 며느리들이 모두 함께 아침상을 차리고, 남편과 가족들이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돕는 생활. 남편들이 출근한 뒤에야 비로소 아이 양육과 취미를 즐길 시간이 주어졌다.

남편 정몽윤 회장은 대한야구협회장을 지낼 만큼 야구에 대한 열정이 극단적으로 강한 인물이었다. 시댁 문화 전체가 스포츠와 밀접하게 얽혀 있던 만큼, 김혜영 역시 골프와 스키를 즐기며 자연스럽게 스포츠 중심의 삶을 이어갔다. 하지만 겨울 스키장에서 넘어지며 다리를 크게 다친 사건이 그녀의 취미 생활을 단번에 끊어버렸다. 운동을 할 수 없는 시간이 길어지자 무료함이 밀려왔고, 이때 한 친구가 권한 것이 바로 브리지라는 카드 게임이었다.
브리지는 국내에선 생소한 종목이지만 해외에서는 지적 스포츠로 분류되며 높은 격식을 갖춘 경기로 인정받는다. 2대 2 팀전으로 진행되며, 플레잉카드 52장을 활용해 승부를 겨루는 방식이다. 소리를 내지 않고, 표정도 감추고, 몸짓마저 제한된 상태에서 오직 카드 순서와 패를 통해 팀원과 전략을 교환해야 한다는 점에 김혜영은 강하게 끌렸다. 동호회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몰입했고, 2015년에는 한국 브리지협회 부회장직까지 맡게 된다.

그녀의 역할은 단순한 취미인의 수준을 넘었다. 집안 인맥을 활용해 협찬을 유치하고, 대회 장소를 섭외하며 국내 브리지 활성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었다. 이런 꾸준한 활동 끝에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로 출전하게 된다. 재계 며느리라는 타이틀과는 전혀 다른, 스포츠 선수로서의 정체성이 본격적으로 자리잡은 순간이었다. 이후 2024년에는 협회장에 오르며 국내 브리지계 최정점에까지 도달했다. 한국 대표팀이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8강이라는 의미 있는 성적을 낸 데에도 그녀의 전략적 시각과 적극적인 지원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혜영은 경기 활동뿐 아니라 자선 브리지 대회를 직접 열어 기부 활동까지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사회적 위치를 지렛대 삼아 스포츠 종목 발전과 선행까지 펼친 셈이다. 재계 며느리라는 상징적 타이틀 뒤에서 조용히 쌓아 올린 성과는, 스포츠계에서조차 매우 이례적인 여정으로 기록되고 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