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만 난리? 뉴욕·파리보다 조용했던 도시가 흔들리는 이유

요즘 서울에 쥐가 출몰한다는 뉴스가 잇따른다. 뉴욕·파리 같은 대도시가 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건 오래된 일이지만, 상대적으로 ‘깨끗한 도시’ 이미지를 유지해온 서울까지 뒤숭숭해지면서 불안감이 빠르게 퍼졌다. 인터넷에서는 벌써 “전염병 전조 아니냐”, “중세 흑사병 시즌2 시작된다”는 말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생태학자 최재천은 이 과열된 공포에 정면으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쥐가 갑자기 폭증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활환경 변화 때문에 우리가 그들을 더 자주 목격하게 된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먼저 가장 널리 알려진 ‘흑사병 = 쥐’ 공식을 흔든다. 최근 논문들은 중세 패스트 유행의 실질적 전파 매개가 쥐벼룩이 아니라 사람 벼룩, 즉 인간 간 접촉에 의한 확산일 가능성을 지적한다. 결국 우리가 수백 년 동안 절대 악처럼 여겨온 쥐의 죄목 중 상당수는 잘못 덧씌워진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쥐가 무해한 존재라는 뜻은 아니지만, 공포를 확대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본질을 놓친다고 그는 강조한다.

서울의 최근 쥐 출몰은 개체수 폭발이 아니라 환경 변화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여름 유난히 잦았던 폭우로 지하 공간의 습도가 급격히 올라가면서 원래 지하에 숨어 살던 쥐들이 지상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코로나 이후 급증한 배달 문화 또한 영향을 줬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음식물 찌꺼기, 대충 씻어 내놓는 배달 쓰레기, 골목에 쌓이는 잔여물들이 쥐에게는 훌륭한 먹잇감이다. 사람의 동선 가까이에 ‘먹거리’가 늘어나자, 쥐도 자연스럽게 같은 공간으로 따라 올라온 셈이다.
그는 보스턴에서 겪은 사건을 예로 들어 공포가 얼마나 쉽게 부풀려지는지를 설명했다. 보스턴이 지하 터널을 새로 뚫겠다고 발표하자, “지하의 어마어마한 쥐떼가 도시로 쏟아져 나온다”는 1면 기사까지 등장했다. 시민들은 식당에서 밥 먹으며 그 이야기를 할 정도로 난리가 났다. 하지만 실제 공사 과정에서는 그런 장면은 벌어지지 않았다. 서울 청계천 복원 당시에도 그는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탐사단이 내려가 확인한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쥐는커녕 바퀴벌레도 없을 만큼 그 공간은 황량했고, 생명체가 버티기 힘든 환경이었다. 공포는 상상 속에서 커졌을 뿐이었다.

쥐는 원래 도시와 야생의 경계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온 동물이다. 그는 자신의 동네에서도 고양이가 생쥐를 자주 잡아오는 걸 보며 최소 세 종류의 생쥐가 인간과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산속에서 쥐를 발견하면 귀엽다고 난리면서, 아파트 복도에서 보면 비명을 지르는 건 결국 우리가 학습한 혐오와 공포 때문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대학원 시절 매일 연구용 쥐 20마리를 죽이던 경험, 그리고 단 한 마리를 죽이지 못해 손이 떨렸던 순간이 자신의 진로를 바꿔버린 결정적 사건이었다는 고백도 이어진다. 그 한 마리의 생명을 직접 죽이지 못한 감정이 생태학이라는 길로 자신을 이끌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일까. 그의 결론은 의외로 담담하다. 골목에서 쥐 한 마리 봤다고 재난 방송 틀어놓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음식물 쓰레기와 배달 쓰레기만 제대로 관리해도 쥐는 굳이 사람 앞에 나올 이유가 없다. 도시 위생 관리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무조건 몰살해야 마음이 놓인다는 식의 대응은 옳지 않다는 메시지다. 도시는 인간만 사는 공간이 아니고, 일정한 생태적 여유가 있을 때 다양한 생명체가 함께 살아간다. 지금 필요한 건 공포가 아니라 현실에 맞는 정리·관리, 그리고 약간의 여유라는 말로 그의 인터뷰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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