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살려낸 아버지, 그리고 이혼했던 아내가 돌아온 이유

이혼 뒤 14년 동안 서로의 소식을 멀찍이서만 들으며 버텨 온 두 사람이 있었다. 가난과 실패, 배신과 질병이 뒤섞인 세월은 한 남자를 완전히 무너뜨렸고, 한 여자를 끝없는 상처 속에 붙잡아 두었다. 그리고 어느 날, 마침내 두 사람이 다시 마주 섰다. 한때 부부였던 이들은 아무 말도 꺼내지 못한 채 서로를 바라봤고, 여자의 눈에서는 참아냈던 눈물이 터져 흘러내렸다.
남자는 과거 사기까지 휘말린 사업 실패로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 책임감과 자포자기 사이에서 방황하던 그는 결국 이혼을 선택했고, 이후 다른 여성과 재혼해 새로운 삶을 기대했다. 하지만 삶은 그를 또다시 내리꽂았다. 갑작스러운 뇌전증 발작이 남자를 쓰러뜨렸고, 그는 병상에서 의식조차 제대로 붙잡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 옆에서 함께 있어주겠다던 재혼 아내는 결국 도망치듯 떠났다. 남자는 한순간에 가족도, 건강도, 일상도 빼앗겼다.

그런 아버지를 다시 붙든 건 딸 소유였다. 트로트 가수로 활동하며 바쁘게 살고 있던 그녀는 무너진 아버지를 두고 돌아설 수 없었다. 병원비만 1억 원을 넘겼고, 생활비까지 감당해야 했지만 소유는 가수를 그만둘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행사장을 뛰고 또 뛰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아버지에게 식사를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다시 무대에 섰다. 그렇게 3년. 웬만한 가족도 해내지 못할 무게였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 같은 변화가 나타났다. 흐릿하던 아버지의 눈이 또렷해졌고, 끌어올리기 힘들어 보였던 의식이 돌아왔다. 반응이 생기고, 말이 조금씩 나왔다. 의사들도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회복이었다. 소유는 울면서 아버지를 품에 안았고, 잃었다고 믿었던 희망이 다시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 소식을 들은 사람 중 한 명이 있었다. 바로 이혼한 전 아내, 소유의 어머니였다. 누구보다 상처가 깊었지만, 그보다 더 오래 자리한 감정은 정이었다. 미움과 아픔이 아무리 쌓여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감정. 오랜 고민 끝에 그녀는 14년 만에 전남편을 찾아가기로 했다.

병실 문을 열자 남자는 그녀를 보고 멍하니 굳어버렸다. 여자는 조용히 말했다. “보러 왔어.” 14년 동안 묻어둔 감정이 그 한 문장에 스며 있었다. 남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 살지 그랬어…” 남자의 눈빛엔 잘못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와 미안함이 묵직하게 담겨 있었다. 여자는 그 눈빛을 보자 버텨 온 감정의 둑이 무너졌다. 결국 고개를 떨구며 눈물을 흘렸다. 서로 부정해 온 시간이 사실은 여전히 이어져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순간이었다.

부부였던 시간은 끝났지만, 인간으로서의 정은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딸의 헌신, 아버지의 회복, 그리고 모진 세월 끝에 다시 마주한 두 사람의 눈물은 세월이 무너뜨리지 못한 감정의 잔해가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다. 삶의 파도에 휩쓸려 깨져버린 관계가 마지막 남은 온기로 다시 이어지려는 순간이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숨을 삼킨 채 그 장면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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