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 끝나는 날, 북한은 중국 편도 남한 편도 아니다

미국이 한반도를 보는 눈이 바뀌고 있다. 예전처럼 ‘문제아 북한’ 정도로 취급하던 시선을 거둬들이고, 중국을 묶기 위한 전략 자산이자 향후 동아시아 판을 뒤집을 열쇠로 북한을 다시 계산대 위에 올려놓는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과 러시아가 반미 전선으로 엮이자 미국은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군사력과 경제력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하는 건 무리라는 판단, 그래서 나온 해법이 ‘러시아전 정리 후 중국 원포인트 견제’다.
상지대 소현철 교수는 미국의 다음 수순으로 두 가지를 짚는다. 첫째, 러우전 종결과 미·러 관계 봉합, 둘째, 미·북 관계 정상화다. 이미 전직 주한미군 사령관이 “중국을 견제하려면 미국이 북한과 수교하고 북한을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미국 외교 전문지에 실은 바 있다. 미국 주류 엘리트가 ‘북한 카드’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여기에 더해 김정은이 미국을 향해 내보낸 메시지도 있다. 그는 중국이 북한을 신장·티베트처럼 만들까 두렵다며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을 불편해하는 북한만큼 다루기 쉬운 파트너도 드물다.
트럼프의 계산도 같다. 미국은 더 이상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상대로 전쟁을 치를 힘이 없다. 그래서 트럼프는 집권하면 러우 전쟁을 빨리 끝내고, 미국의 전략 자원을 중국 견제에 집중시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 연장선에서 나오는 것이 미·북 수교, 평양에 미국 연락사무소와 대사관을 세우는 시나리오다. 미국 대사관이 평양에 들어가는 순간, 북한의 남침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가 된다. 그때부터 북한은 중국 편이 아니라 미·중 사이의 회색지대, 나아가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막기 위해 쓰는 완충지로 변신한다.

이 구도가 현실이 되면 가장 큰 수혜자는 한국 증시다. 소 교수는 지금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남북 분단과 유라시아 단절에서 찾는다. 북핵도, 지배구조도 결국 그 위에 얹힌 2차 요인일 뿐이라는 것이다. 만약 북미 수교로 지정학 리스크가 털리고, 남북 철도·항만이 북극항로와 맞물려 유럽과 직결된다면 한국의 생산·물류 지도는 완전히 새로 그려진다. 일본이 냉전 수혜를, 독일이 통일과 동유럽 편입의 수혜를 받았다면, 다음 차례는 유라시아 관문을 쥔 한국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일본·중국 수준의 밸류에이션만 받아도 코스피 5천은 기본, 평양에 성조기가 걸리는 날엔 5~10년 안에 “코스피 1만”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소 교수는 베트남 사례도 소환한다. 미국과 수교한 뒤 30년간 베트남 GDP는 25배로 뛰었고, 값싼 노동력과 개방된 시장을 등에 업고 글로벌 생산기지가 됐다. 그는 북한이 보유한 인구 구조, 자원, 공업 기반을 감안하면 베트남보다 출발선이 오히려 높다며, 남북 경협이 본격화될 경우 철강·화학·조선·해운·건설·섬유 같은 전통 제조업이 두 번째 전성기를 맞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결국 미국의 ‘북한 사용법’은 단순한 안보 기술이 아니라 자본의 지도까지 바꿀 수 있는 장기 전략이다.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눈앞의 진영 싸움에 매몰돼 내부 소모전에 빠질 게 아니라, 미국 전략의 축 이동을 정확히 읽고 국가 전략과 투자 전략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이다. 북한이 더 이상 공포의 변수만이 아닌, 동아시아 게임 체인저로 재배치되는 순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굴레도 함께 벗겨질 수 있다.












댓글 많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