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사건 사고 – 1977년 백건우, 윤정희 부부를 납치하려 했던 북한

1977년 7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당대 최고의 여배우 윤정희 부부는 평범한 신혼 생활 중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스위스의 한 부호가 자신의 노부모를 위해 백건우에게 피아노 연주를 부탁한다는 초청장을 받게 되었다. 이 초청장은 사실 북한 공작원들의 치밀한 납치 작전의 시작이었다.
초청장에는 연주 장소가 스위스 취리히로 명시되어 있었으나, 백건우 부부가 취리히 공항에 도착하자 상황은 달라진다. 초청자의 비서라 주장하는 여성이 나타나 연주 장소가 공산국가인 유고슬라비아의 자그레브로 변경되었다고 통보한다. 더구나 비자 없이 공산국가로 갈 수 있는지에 대한 백건우의 질문에, 비서 여성은 이미 입국 수속이 완료되었다며 자그레브행 비행기 표를 건네준다.
자그레브 공항에 도착한 부부는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공항에는 동양 여성 한 명과 북한 고려민항 비행기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이 여성은 전형적인 북한 여성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백건우는 이 여성이 북한 공작원임을 직감했다.

그렇게 도착한 자그레브의 한 별장은 연주회가 열릴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다.(당시 재불 화가 이응노 화백의 아내가 별장으로 안내했다고 알려졌고, 훗날 그녀가 이 작전의 앞잡이로 언급되었다.) 썰렁한 만찬 준비와 인기척 없는 집안 분위기에 백건우는 더욱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마침내 3층에서 나타난 동양 남자를 본 백건우는 그가 북한 공작원임을 확신하고 즉시 택시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왔다. 그 남자는 백건우를 쫓아 택시 문손잡이를 잡을 정도로 필사적으로 접근했다.
택시를 타고 자그레브 주재 미국 영사관으로 향한 백건우 부부는 다행히 미국 영사의 도움으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영사의 도움으로 호텔에 머물게 되었지만, 다음날 새벽, 호텔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또다시 위협을 느낀다. 백건우가 도움을 요청한 미국 영사는 문 앞에 북한 공작원들이 서 있는 것을 확인하고 절대 문을 열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후 미국 영사의 철저한 보호 아래 백건우 부부는 무사히 파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북한이 문화 예술인을 대상으로 해외에서 납치 공작을 벌였던 구체적인 사례로 기록되었다. 당시 언론 보도와 외교 문서를 통해 사건의 전말이 일부 드러났지만, 북한의 치밀하고 대담했던 공작 시도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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