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삼성-현대 삼각 회동, 일본이 숨기고 싶었던 이유

최근 일본 방송이 AI 패권 전쟁의 핵심 장면을 한 달이나 지나서 뒤늦게 다루는 기이한 상황이 드러나면서 일본 언론의 정보 감각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0월 말, 서울 삼성동 깜부 치킨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이 캐주얼 차림으로 치맥을 즐긴 이른바 ‘AI 치킨 회동’은 글로벌 기술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신호탄이었다.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향후 AI·반도체·모빌리티 패권을 두고 삼각 협력이 본격적으로 굴러가기 시작한 순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이 엄청난 장면을 당시 철저히 외면했다. 야후 재팬에도 한국발 기사 몇 건만 스쳐 지나갔을 뿐, 일본 주요 방송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일본 네티즌 일부는 “왜 일본 방송은 단 한 줄도 보도 안 하냐”며 한국 방송 영상을 직접 SNS에 올릴 정도였지만 미디어는 끝내 묵묵부답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상회담 기간 여론을 다카이치 총리에게 집중시키고 싶었던 일본 정치권, 그리고 스스로 내세운 ‘AI 대전환’ 이미지가 실제론 여전히 아날로그에 갇혀 있다는 현실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결국 일본이 이 소식을 다룬 것은 회동이 벌어진 지 한 달 뒤인 NHK 오하이요 니혼이었다. 방송은 AI 이야기를 한다며 치킨 일러스트 한 장을 띄워놓고 “왜 치킨인가?”라는 무의미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해설위원은 젠슨 황이 한국에서 삼성·현대 수장과 치킨을 먹은 사진이 SNS에서 확산되자 치킨 관련주가 급등하고 AI 세트까지 생겼다고 설명했지만, 정작 회동의 본질—삼각 연합의 형성과 AI·반도체 공급망 전략적 변화—은 단 한 줄도 제대로 짚지 않았다.
이어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왜 중요한지 묻자 해설위원은 일본 반도체 제조·검사 기업의 주가에 미칠 파급을 강조하며 세계 첫 시총 5조 달러 돌파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나 AI 버블 여부로 질문이 넘어가자 일본 내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그대로 인정했다. 글로벌 AI 경쟁력에서 미국 1위, 한국 6위, 일본 12위라는 순위표도 일본의 뒤처진 현실을 직접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방송 퀄리티도 조롱거리였다. NHK는 실제 회동 영상을 단 1초도 쓰지 않고 저퀄리티 일러스트 한 장으로 모든 내용을 때웠다. 특히 정의선 회장을 대충 그려놓은 듯한 조잡한 그림은 일본 방송이 얼마나 서둘러, 그리고 얼마나 소극적으로 다뤘는지 그대로 드러냈다. 혁신을 외친다면서도 내부에서는 갈라파고스화가 심화되고 있는 일본의 현주소가 오히려 역설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더 어처구니없는 장면은 따로 있다. 최근 다카이치 총리가 관저에 최신식 기기를 들였다는 일본 기사 제목이 화제가 됐는데, 그 ‘최신식 기기’라는 게 다름 아닌 팩스 교체였다. 세계는 AI 반도체와 로보틱스, 모빌리티 기술 전쟁으로 격돌하고 있는데 일본은 팩스를 최신화했다고 ‘디지털 개선’이라 치켜세우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일본 언론이 AI 치킨 회동을 외면하려 했던 이유가 명확해진다. 현실을 직시하는 순간, 일본의 뒤처짐이 너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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