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위해 헌신한 영웅에게 돌아온 것은 예우가 아닌 청구서

2015년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발생한 북한군 목함 지뢰 폭발 사건은 온 국민에게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겼다. 당시 수색 작전 중이던 하재헌 중사는 두 다리를 잃는 심각한 부상을 입고 조국 수호의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헌신한 영웅에게 돌아온 것은 숭고한 희생에 걸맞은 예우가 아닌, ‘치료비 청구서’와 ‘보훈 등급 논란’이라는 행정적 절차의 벽이었다.

부상 직후 하 중사는 국내 최고 수준의 국군 수도 병원에 입원하려 했으나, 열악한 설비 문제로 인해 불가피하게 민간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됐다. 문제는 현행 군인 치료비 지원 규정이었다.
당시 법규에 따르면, 부상 군인이 민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국가 지원은 최대 30일로 제한되어 있었다. 결국 하 하사의 입원 기간이 30일을 넘기자 국방부는 남은 진료비를 하 하사 본인이 직접 부담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전국은 분노로 들끓었다. 지뢰 도발로 다리를 잃은 군인에게 치료비를 내라는 것은 나라가 존재하는 이유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특히 일반 공무원은 부상 시 최대 2년까지 진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대조되며, 군인의 처우가 일반 공무원보다도 못한 ‘후진적 대우’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거세지는 여론에 등 떠밀린 국방부는 뒤늦게 하 중사의 진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하겠다고 약속하고, 관련 법규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국민적 공분이 극에 달한 후에야 움직인 군 당국의 대응은 ‘뒷북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 사건은 국가 안보의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장병들에 대한 국가의 기본적인 책임과 예우가 얼마나 미흡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이처럼 국가의 미흡한 대응이 논란이 된 하재헌 중사는 전역 후인 2019년 또다시 ‘두 번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 전역 당시 육군은 북한군 도발로 인한 상이에 따라 ‘전상'(전투에서 입은 상이) 판정을 내렸지만, 국가보훈처 보훈심사위는 2019년 4월 초 ‘관련 조항 미비’를 이유로 ‘공상'(공무수행 중 생긴 상이)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전상’과 ‘공상’은 국가 유공자 예우에서 큰 차이가 발생하며, 하 중사의 상이가 전투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는 보훈처의 해석은 큰 논란을 낳았다.

논란이 거세지자 보훈처는 하 중사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보훈심사위 재심의를 거쳤고, 마침내 하 중사에게 최종 ‘전상’ 군경 판정을 인정했다. 박삼득 당시 보훈처장은 재심의 결과에 대해 “폭넓은 법률자문과 언론 및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됐다”며 마음의 상처를 입은 하 중사와 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에 대해 하재헌 예비역 중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관련 법령 조항이 이제 (제대로) 만들어져 다른 유공자분들, 군에서 사고를 당하는 친구들이 두 번 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군 당국은 치료비 논란에 이어 유공자 등급 판정 논란까지 일으키면서 국가를 위한 헌신에 걸맞은 합당한 예우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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