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회장은 어떻게 아내에게 43억을 건넸나

재벌가의 자금 이동은 언제나 상식을 비껴간다. 한 대기업 회장이 떠올린 고민 역시 단순하지만 대담했다. 매년 수십억 원의 용돈을 아내에게 주고 싶다는 바람, 그리고 단 하나의 조건은 세금을 내지 않는 것이었다.
해결책은 의외로 회사 안에 있었다. 회장은 현금 증여나 배당이 아닌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택한 수단이 상표권 사용료, 이른바 로열티였다.
당시 회사에는 매출의 핵심을 차지하는 브랜드가 있었다. 이 브랜드의 상표권이 공교롭게도 회장의 아내 명의로 등록돼 있었다. 회사가 브랜드를 쓰려면 상표권자에게 사용료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였다.

회장은 이 구조를 극대화했다. 회사가 사용하는 여러 상표에 대해 높은 사용료를 책정했고, 그 돈은 고스란히 아내에게 흘러갔다. 형식상으로는 정당한 거래였다.
그 결과 아내에게 지급된 금액은 연간 약 43억 원에 달했다. 이 방식은 수년간 이어졌고, 누적 금액은 약 213억 원에 이르렀다. 현금 증여가 아닌 상표권 사용료였기에 세금 부담은 사실상 없었다.
이 사건의 무대는 SPC 그룹이었다. 대중에게 익숙한 파리바게트를 운영하는 기업이다. 논란의 중심에 선 상표권은 ‘파리크라상’이었다.
결국 공정거래위원회가 움직였다. 회사 자금을 사실상 총수 일가로 이전한 행위로 보고, SPC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 정상적인 거래인지, 아니면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인지였다.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유죄였다.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보고 배임을 인정했고,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상표권 사용료가 과도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그러나 판결은 여기서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전혀 다른 시각을 내놨다. 회장이 회사에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배임을 할 경제적 동기를 찾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결과적으로 2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수백억 원이 이동했지만, 법적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구조는 편법에 가까웠지만, 법의 문턱은 넘지 못했다.
이 사건은 한국 재벌 지배 구조의 단면을 보여준다. 현금 증여가 아닌 ‘권리’와 ‘계약’의 형태로 움직이는 자금은 감시를 피하기 쉽다. 합법과 편법의 경계가 얼마나 얇은지 드러난 사례다.
43억 원의 용돈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기업 지배 구조, 세금 제도, 그리고 법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상징적인 금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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