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라도 반드시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평생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8,000km 밖의 낯선 타국 땅을 자신의 마지막 안식처로 지목한 한 호주 여성의 사연이 전 세계에 잔잔한 울림을 주고 있다.
백발의 노인이 된 딸의 품에 안겨 마침내 한국 땅을 밟은 것은 온기가 없는 한 줌의 유골이었다. 주인공은 바로 올윈 그린 여사. 그녀는 왜 연고도, 일면식도 없는 한국 땅을 그토록 간절히 원했을까?

국가보훈부와 주한 호주대사관은 지난 2023년 9월 21일 오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에서 올윈 그린 여사의 유해 합장식을 거행했다. 특히 이날은 그린 여사가 살아있었다면 맞이했을 100번째 생일이라 그 의미를 더했다.
여사의 남편 찰스 그린 중령은 1950년 9월 호주 육군 제3대대의 첫 지휘관으로 참전해 연천, 박천, 정주 전투 등을 승리로 이끈 전쟁 영웅이다. 그러나 승전 직후인 10월 30일, 텐트 주변에 떨어진 적군의 포탄 파편에 부상을 입고 이튿날인 11월 1일, 30세의 젊은 나이로 숨을 거뒀다.

당시 27세의 나이로 세 살배기 딸과 함께 호주에 남겨진 올윈 여사는 평생 재혼하지 않고 홀로 딸을 키워냈다. 그녀는 남편의 기록과 편지를 모아 1993년 회고록 「그대 이름은 여전히 찰리」를 발간하며 남편의 희생을 세상에 알렸고, 평생을 한-호 우호 증진과 참전용사 복지에 헌신했다.
올윈 여사는 2019년 11월 향년 96세를 일기로 별세하며 “백골이 되어서라도 남편 곁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당초 곧바로 합장이 추진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4년이 지난 뒤에야 비로소 남편이 잠든 한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안장식에 참석한 외동딸 안시아 그린 씨는 “아버지가 목숨 바쳐 지킨 대한민국에 어머니가 함께 안치되어 매우 자랑스럽고 기쁘다”고 전했다. 70여 년간 이어진 고독한 기다림은 이제 부산의 평온한 묘역에서 영원한 동행으로 바뀌었다. 전쟁이 갈라놓은 두 영혼은 반세기를 훌쩍 넘긴 시간이 흘러서야 마침내 서로의 곁에서 영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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