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0년대 중후반, 대한민국 남중·고등학생들의 가방 속에는 공통된 ‘필수품’이 하나 있었다. 교과서나 공책보다 더 소중히 다뤄졌던 것, 바로 홍콩 배우 왕조현의 사진이 담긴 코팅 책받침이다.
당시 소피 마르소나 피비 케이츠 같은 서구형 미인들도 인기를 끌었으나, 한국 남성들의 ‘지분율 1위’는 단연 영원한 여신 왕조현이었다.

왕조현을 아시아의 연인으로 만든 결정적 계기는 영화 ‘천녀유혼’이었다. 극 중 소천 역을 맡은 그녀의 미모는 당시 관객들에게 가히 충격적이었다.
귀신으로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런 귀신이라면 홀려서 죽어도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 아시아 남성들이 열광했다. 청순함과 요염함, 신비로움과 섹시함이 공존하는 그녀의 모습은 진짜 사람인지 귀신인지 헷갈릴 정도로 독보적인 아우라를 풍겼다.

대중에게 각인된 여리여리한 이미지와 달리, 왕조현은 반전 매력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그녀는 172cm의 큰 키를 자랑하는 농구 선수 출신으로, 청순한 얼굴 뒤에 건강미 넘치는 피지컬을 갖추고 있었다.

이러한 반전 매력은 ‘왕조현 앓이’를 더욱 심화시켰고, 그녀는 외국인 스타로서는 이례적으로 한국 음료수 광고까지 섭렵하며 당대 최고의 아이콘임을 입증했다. 특히 광고 속에서 속삭이던 그녀의 서툰 한국어 한마디는 뭇 남성들의 설렘 지수를 폭발시키며 장안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그녀의 얼굴에도 주름이 조금 늘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8090 세대에게 왕조현은 여전히 가장 아름다운 ‘섭소천’이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의 순수했던 첫사랑의 상징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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