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볶음탕인가? 닭도리탕인가? 당신의 생각은?

‘닭볶음탕’인가, ‘닭도리탕’인가.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식탁을 책임져 온 이 요리의 명칭을 두고 국립국어원과 국민, 그리고 네티즌들 사이에 치열한 어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일본어 잔재 청산이라는 명목하에 ‘닭볶음탕’으로 순화되었던 ‘닭도리탕’이 최근에는 순우리말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국립국어원의 입장: ‘도리’는 일본어 ‘새(鳥)’
국립국어원은 ‘닭도리탕’의 ‘도리’가 일본어 ‘새(鳥, とり)’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1992년부터 ‘닭볶음탕’이라는 순화어를 사용하도록 권장해왔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닭도리탕의 ‘도리’를 일본어 ‘とり’로 본 것은 당시 일본어 어휘를 잘 아는 사람들의 다수 인식에 따른 것”이라며, “닭이라는 동물을 지칭하는 일본어 ‘니와도리(にわとり)’에서 ‘도리’만 남아 굳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설령 우리말 ‘도리다(쪼개다)’에서 유래했다 하더라도, ‘도리’와 ‘탕’이 결합하는 조어 방식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어 ‘닭볶음탕’ 사용을 지속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국민·네티즌들의 반론: ‘도리’는 순우리말?

하지만 이러한 국립국어원의 입장에 대해 많은 국민과 네티즌들은 강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주요 주장은 다음과 같다.
‘도리치다’, ‘도려내다’에서 유래했다는 주장
가장 큰 반박은 ‘도리’가 ‘닭을 토막 내다’ 또는 ‘잘게 썰다’는 뜻의 순우리말 ‘도리치다’, ‘도려치다’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측은 닭을 도려내거나 토막 내어 조리하는 과정에서 ‘도리’라는 말이 붙여진 것이며, 이는 재료 뒤에 조리 과정을 나타내는 말이 붙는 일반적인 우리말 작명 방식(예: 닭찜, 닭곰탕)과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1920년대 문헌에도 ‘도리탕’ 기록 존재
또한, ‘닭도리탕’이라는 명칭이 일제강점기 이후에 생성된 것이 아니라, 1920년대 『해동죽지(海東竹枝)』,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 당시 문헌에도 ‘도리탕(桃李湯)’이라는 이름으로 닭 요리가 기록되어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이들은 당시 문헌에서 ‘도리탕’을 ‘닭볶음’이라 설명하거나, ‘닭을 반으로 갈라 향신료를 넣고 삶아 익힌 닭곰국’ 등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이것이 현재의 ‘닭도리탕’과 유사하다는 주장이다. 만약 ‘도리’가 일본어라면, 당시 일본어 발음인 ‘토리(とり)’ 대신 한자 ‘도리(桃李)’를 음차하거나 우리말 ‘새’를 일본어로 표현했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닭볶음탕’이라는 명칭 자체의 부적절성
‘닭볶음탕’이라는 순화어 또한 요리의 조리 과정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닭도리탕’은 볶는 과정이 적거나 국물이 자작한 탕에 가까운데, ‘볶음’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닭볶음탕’은 이러한 음식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반된 주장들 속에서 일반 대중들은 혼란을 겪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닭도리탕’의 어원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도리’가 일본어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있는 한 순화 노력이 필요하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닭도리탕’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틀린 말’처럼 인식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닭도리탕’ 어원 논란은 단순히 단어 하나를 둘러싼 문제가 아니라, 우리말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언어 정책의 방향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국립국어원이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와 비판에 귀 기울여 보다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근거를 바탕으로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닭도리탕’과 ‘닭볶음탕’을 둘러싼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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