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에 무릎 꿇다”…벨기에 前 국왕 알베르 2세, 혼외 딸 소송 최종 패소

벨기에 전 국왕 알베르 2세가 결국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딸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2020년 브뤼셀 항소법원은 미술가 델핀 보엘(현재의 공식 호칭은 ‘델핀 공주’)이 알베르 2세의 친딸임을 확인하고, 왕실 성씨와 공주 칭호 사용을 허용했다. 수년간 이어진 법적 다툼이 끝내 델핀의 승리로 결론 난 것이다.
알베르는 1959년 이탈리아 귀족 출신 파올라와 결혼해 세 자녀를 두었다. 하지만 1960년대 후반, 귀족 가문 출신의 시빌 드 셀리스 롱샹스와 관계를 맺으면서 델핀이 태어났다. 당시 델핀은 산업가 자크 보엘의 딸로 알려졌으나, 성장 과정에서 자신이 알베르의 생물학적 자녀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법적 투쟁에 나섰다.
1999년 출간된 전기에서 알베르의 혼외 자녀 의혹이 처음 공개되자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알베르는 이를 부인했지만, 2013년 왕위를 물러나면서 면책특권이 사라지자 델핀은 본격적으로 친자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브뤼셀 법원은 2018년 알베르에게 DNA 검사를 명령했으나, 그는 이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2019년 법원은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하루 5,000유로(한화 약 6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판결했다. 결국 알베르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DNA 샘플을 제출했고, 검사 결과 델핀이 그의 친딸이라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2020년 10월, 항소법원은 델핀에게 ‘벨기에 공주(Princess of Belgium)’ 칭호를 공식 부여했다. 또한 왕실 성씨인 ‘드 색스코부르(de Saxe-Cobourg)’를 사용하도록 인정했으며, 그녀의 두 자녀 역시 같은 지위를 얻었다. 다만 델핀은 혼외 출생으로 인해 왕위 계승권은 갖지 못한다.
이번 판결은 왕실의 사적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의미를 지닌다. 혼외 출생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던 자녀가 법과 과학적 증거를 통해 권리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벨기에 사회는 “왕실도 법 앞에 예외일 수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 델핀 본인 또한 판결 직후 “긴 싸움이 끝나 진실이 밝혀졌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알베르 2세는 한때 유럽 왕실의 존경받는 군주로 평가받았으나, 이번 사건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왕실 권위와는 별개로, 이번 판결은 벨기에 현대사에서 왕실과 법, 그리고 사회적 정의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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