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에 무너진 관광지, 대포항·울릉도·부산의 추락

한국 관광지의 민낯은 언제나 화려한 간판과 현란한 불빛 뒤에 감춰져 있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관광객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바가지가 도사리고 있었고, 결국 그 탐욕이 스스로의 목을 죄고 있다. 속초 대포항, 울릉도, 부산—관광객이 몰려야 할 이 도시들이 지금은 오히려 관광객을 잃어버린 실패의 교과서가 됐다.
한때 북적이던 대포항은 독도새우 100g에 4만 원, 돌돔 1kg에 25만 원이라는 살인적인 가격표가 공개되자 여론이 들끓었다. 여기에 오징어 난전 논란까지 겹치면서 “대포항은 바가지의 성지”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결과는 처참했다. 전포의 절반 이상이 비어버렸고, 1억 7천만 원을 호가하던 점포가 연이은 유찰 끝에 6천만 원에 낙찰됐다. 눈앞의 단맛을 좇던 상인들의 탐욕이 결국 스스로 상권을 무너뜨린 셈이다.
울릉도 역시 다르지 않았다. 최근 ‘비계 삼겹살’ 논란과 각종 폭로가 이어지며 관광객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2022년 46만 명이던 관광객 수는 지난해 38만 명까지 줄었고, 올해도 10% 가까이 감소했다. 결국 후포-울릉을 잇던 선플라워 크루즈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운항을 중단했다. 엘도라도 익스프레스호마저 사실상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울릉군은 뒤늦게 사과와 개선책을 내놨지만, 이미 퍼진 평판은 ‘자업자득’이라는 냉소로 되돌아왔다.
속초 중앙시장에서는 대게를 먹은 관광객이 카드 결제 과정에서 12만 원이 넘는 금액을 ‘덤터기’로 뒤집어썼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사장은 계산서를 일부러 멀리 두어 확인조차 못하게 했다는 증언까지 나왔다. 관광객은 결국 항의 끝에 정가보다 비싼 24만 원을 결제했지만, 기분은 씁쓸함만 남았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점 어묵 한 꼬치에 3천 원이라는 황당한 가격표가 SNS에 퍼졌다. 상인들은 임대료와 인건비를 핑계로 댔지만, 관광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지갑을 열어야 했다. 수산물 시장의 고질적 병폐인 ‘물치기’와 ‘저울치기’도 여전했다. 관리·감독은 구호에 불과했고, 결국 부산이라는 도시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결정타는 유튜버들의 고발이었다. 구독자 53만 명을 가진 한 유튜버는 울릉도에서 겪은 ‘배짱 장사’를 영상으로 공개했다. 따개비죽이 제주도 전복죽보다 비싸고, 삼겹살은 반 이상이 비계였으며, 숙소 에어컨은 고장 나고 직원 태도마저 불친절했다는 것. 그는 “자연은 아름답지만 서비스는 기대할 게 없다”라는 뼈 있는 한마디로 마무리했다.
관광 산업은 눈앞의 한탕으로 유지되는 장사가 아니다. 한 번 잃어버린 신뢰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대포항의 텅 빈 점포, 운항 중단에 몰린 울릉도 여객선, 그리고 SNS에 떠도는 부산의 바가지 영상은 모두 같은 경고를 울린다. 관광객의 지갑을 노리다 결국 스스로의 목줄을 죄는 결과를 맞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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